도심서 살해된 이주민에 인종차별 논란 가열..伊 총선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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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이탈리아의 한 도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 노점상이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 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선 피해자의 아내를 비롯한 현지 이주민 공동체의 흑인들과 이탈리아인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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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대낮에 이탈리아의 한 도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 노점상이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 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선 피해자의 아내를 비롯한 현지 이주민 공동체의 흑인들과 이탈리아인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곳에서 숨진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알리카 오고르추쿠의 유족을 비롯한 시위대가 수백 미터를 행진한 지 1시간 뒤, 이탈리아 전역에서 모인 흑인 이주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같은 길을 걸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알리카에게 정의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고르추쿠의 사망과 관련해 이탈리아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오고르추쿠가 이탈리아인 백인 남성 필리포 페를라초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고르추쿠는 거리에서 휴지나 라이터를 팔아 아내와 아들 등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노점상이다.
페를라초는 당시 오고르추쿠가 자신의 여성 지인에게 물건을 판매하려 말을 걸어오자 다짜고짜 폭행했다.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페를라초가 오고르추쿠를 쓰러뜨린 뒤 몸에 올라타 마구 주먹질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폭행도 문제지만 대낮에 벌어진 범행이었음에도 누구도 폭행 현장을 제지하지 않아 공분을 샀다.
페를라초는 현장에서 살인,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지만, 인종차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경찰은 페를라초의 정신병 전력을 근거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위대의 생각은 달랐다. 오고르추쿠가 '흑인이기 때문에' 폭행과 방관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이민 운동가인 셀람 테스파예는 "이탈리아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며 "인종차별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종차별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치비타노바에 사는 누구라도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기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길 원한다면 우리를 찾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폭발력이 강한 인종차별 이슈가 얽혀 있어 9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우파 연합의 총선 승리가 현재로선 유력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문이 커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범좌파 진영의 '맏형' 격인 민주당(PD)의 로라 볼드리니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극우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과 동맹(Lega)이 수년간 펼친 정치 선전의 결과물"이라며 "그들은 이민자들을 항상 이탈리아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해왔다"고 주장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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