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빨랫비누가 닳아지듯이
2022. 8. 8. 23:41
이미산
오래 끌고 온 얼굴 하나가 봄 햇살에 스르르 지워지듯이
어느 결혼식에서 듣는 주례사,
사랑은 닳아지듯이
빨랫비누가 닳아지듯이
빨래를 비빌 때
태어나는 동그라미와 자라는 거품과 구멍 숭숭한
어깨와 서서히 사라지는 형상
평생 비벼낸 거품들 꽃비로 돌아오는 봄날
이마가 반짝반짝 눈동자 그렁그렁
춤추며 재회하는 동그라미들
한 번 더 사랑하려는
당신 또 당신
어느 결혼식에서 듣는 주례사,
사랑은 닳아지듯이
빨랫비누가 닳아지듯이
빨래를 비빌 때
태어나는 동그라미와 자라는 거품과 구멍 숭숭한
어깨와 서서히 사라지는 형상
평생 비벼낸 거품들 꽃비로 돌아오는 봄날
이마가 반짝반짝 눈동자 그렁그렁
춤추며 재회하는 동그라미들
한 번 더 사랑하려는
당신 또 당신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하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을 때
가장 먼 곳의 별과 가장 뜨거운 심장이 겹칩니다.
사랑이 찾아온 후 우리는 세간을 마련합니다.
빨랫비누로 세간을 쓸고 닦는 사이 단단했던 비누가 닳아갑니다.
비누가 닳아지고 우리의 사랑도 닳습니다.
당신과 나는 빨랫비누가 동그랗게 거품을 일으키듯
동그라미 같은 아이들을 낳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당신은 어깨가 거품처럼 구멍 숭숭하게 뚫리고
키도 점차로 작아집니다.
평생 비벼낸 거품들이 꽃비로 돌아온 봄날,
이마가 반짝반짝, 눈동자가 그렁그렁한 당신을 다시 사랑해야겠습니다,
빨랫비누가 다 닳을 때까지.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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