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대통령님 파이팅" 발언 뭇매

노지민 기자, 장슬기 기자 2022. 8. 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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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서 "파이팅" 외친 기자, 아리랑TV 소속…
"권력견제 기능 스스로 상실할 위험" "권력과 긴장관계 되새겨야"
흥미 위주 보도도 문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장슬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친 한 기자의 발언에 논란이 모이고 있다. 이를 흥미성으로 소비하는 보도 행태도 이어지면서 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오전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도중 “대통령님 파이팅”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하락,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답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응원하듯 나온 말이었다.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 말하던 윤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하하” 웃어보인 뒤 “민주주의 정치라는 것이 언론과 함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분들께 많이 도와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겠다. 고맙다”라고 했다. 이후 해당 기자는 퇴장하려는 윤 대통령에게 박진 외교부장관 방중 일정에 있어 당부한 말이 있는지 질문해 답을 얻기도 했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해당 질문을 한 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는 아리랑TV(아리랑국제방송) 소속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자에게 질문을 한 의도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리랑TV 측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이 “파이팅” 발언은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비판 받았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면서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일부 기성 매체들은 되레 해당 논란을 흥미성 기사로 전했다. 일부 매체의 기사에 등장했던 이 장면은 '“대통령님 파이팅!”..“하하 고맙습니다”'(MBC), 도어스테핑 중 '“대통령님 파이팅” 돌발 응원...尹 반응은?'(조선일보), '휴가 뒤 첫 출근길에 “대통령님 파이팅!”...尹 반응은?'(이데일리)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서 관련 영상을 공유하면서 “대통령실 기자단 소속인 일부 기자들이 치어리더처럼 윤 대통령의 발 밑에서 굽실 거리는 모습이 민망스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위터 갈무리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태도가 문제가 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다던 대통령실 공지와 달리, 윤 대통령이 '이 정도 거리를 두고 (질의응답을) 하는 건 어떻느냐'고 말하자 환호하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그보다 앞선 6월엔 대통령의 나토(NATO) 순방 당시 기내에서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자 출입기자들이 호응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일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 저하 이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언론과 대통령 사이) 건강한 견제, 긴장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권력 견제라는 언론의 마지막 보루라 할 부분까지도 사람들이 못 믿게 되면 언론 스스로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대통령실에 대한 내밀한 보도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만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기능을 스스로 상실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자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고 특정 정당과 정파가 있더라도 취재 현장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정부 홍보 매체일지라도 기자로서 참여한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건 모든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관련 발언을 가십화한 보도가 “언론 스스로를 희화화한다”는 우려도 전했다. 신 처장은 “이 기자의 부적절한 언행에 왜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지 문제 지점을 알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지적과 성찰은커녕 이 자체를 가십화하고 조회수를 올리는 기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언론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본령, 원론을 다시 한 번 언론이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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