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학교 너무 놀려' 부모 걱정에 최교진 교육감의 답은

정민승 2022. 8. 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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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성공'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인터뷰
"한 반 학생 20명, 20가지의 1등 공존 교실 만들 것"
유보통합 등 묵은  과제..세종에서 먼저 시험 가능
교육수도 위해서 제주도 수준 세종시법 개정필요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교육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10년 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하얀 도화지와도 같은 도시다. 대중교통 체계 등 최신 도시 트렌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반 시설을 갖춘 세종에서는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차단을 위한 건축물도 시도될 정도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평균 연령 등 다양한 '우호적' 여건 덕분에 정부의 각종 정책 실험과 기업들의 첨단기술 상용화에 앞선 여러 실험도 가능한 곳이다. ‘테스트 베드’ 도시로 불리는 이유다.

테스트 베드로서의 세종은 교육에서도 적용된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은 “선진 교육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 안착하여 전국으로 확산하는 ‘교육 수도’로서도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 차원에서 ‘유보통합’ 등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세종시 교육특구 지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6ㆍ1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 관내 165개교(병설 유치원 포함), 6만5,000여 명의 학생 교육을 지원하는 최 교육감을 5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종’ 하면 밖에선 열악한 교육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열악하지 않다. 다른 지역으로 공교육 시스템을 수출하는 교육 선도 도시다.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고 한 것은 서울이나 대전 등 대도시보다 부족한 학원, 사교육 시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교육 정책은 무엇인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이다. 주변에 국책 연구단지가 있고, 유수의 대학이 있다. 학교 교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으로 학교 수업 시간에 가르칠 수 없는 교육 과정을 400개 개설해놓고 있다. 세종시를 큰 캠퍼스로 보고 관내 각 학교에 특정 과목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설, 주말에 운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배울 수 있어 고교학점제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 ‘학급당 학생수 20명’도 세종에서 처음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부모들이 ‘학교가 아이들을 너무 많이 놀린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타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 부모님들께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강조하고 싶다. ‘노는 학교’로 소문난 혁신고등학교(소담고) 졸업 성적이 더 좋다. 한 반 학생이 20명이라면 20종류의 1등이 함께하는 교실을 만들어 나가겠다.”

-소담고에 무슨 일이 있었나.

“올해 세 번째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골고루 들어갔고, 인근 국립대, 교육대, 의대 등등, 여기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처음 엄청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출발했지만, 진학 성적이 나오면서 ‘노는 학교’ 이야기는 싹 들어갔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졸업한 친구들의 경쟁력이다. 전국 혁신고 출신들의 모임이 각 대학에 있는데, 소담고 출신이 그 연합회를 이끌었다. 정치학과 쪽으로 진학하는 학생도 많다.”

-윤석열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자유특구로 만들겠다고 했고, 최민호 세종시장도 교육특구 도입을 공약했다.

“특구로 지정되면 기본적으로 교육에 관한 한 특별하게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더 큰 자율성이 부여될 것인 만큼 해당 공약과 정책에 동의한다. 다만 평준화 정신, 보편교육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 추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6월 13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당선인 간담회에서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오른쪽부터)과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당선인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선거 때 '교육수도 세종시'를 공약하면서 세종시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종시와 제주도는 같은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지만 너무 다르다. 제주도특별법에는 교육 관련 58개 조항 196개의 특례로 세분화돼 교육감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세종시법엔 2023년 시한의 재정 특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교육 분야 특례가 없다. 세종시가 2030년까지 건설되는 만큼 재정 특례 시한도 연장돼야 하고, 세종시법에도 제주도특별법에 준하는 수준의 특례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

-교육 특례가 강화되면 어떤 정책들을 시도할 수 있나.

“우선 전국적으로 안착하기엔 많은 시간과 돈이 들 수 있거나 시행착오 가능성 때문에 주저하는 국가적 정책을 세종에서 먼저 한 번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발표가 됐지만 ‘만 5세 입학’ 이슈에 묻힌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이 대표적이다. 세종에는 사립 유치원이 단 2개뿐이다. 김대중, 이명박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했지만, 공립과 사립 시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껏 못 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 또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평소에 이런 저런 문제가 있어서 관심 영역에 있는 친구들이 아닌 경우라 참 당황스럽다. 학교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신경을 쓰는 부분이지만, 학교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각 가정과 사회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교육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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