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도피 중 술·고기 먹으며 3차례 여행 등 호화생활

이동준 2022. 8.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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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만나 숙박, 이은혜가 모든 비용 결제한 것으로 드러나
이은해, 조현수.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가 4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절친인 중학교 동창과 3차례 여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 심리로 8일 열린 A(32·남)씨 등 도피조력자 2명에 대한 4차 공판에 이씨의 지인인 B(31·여)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서 “이씨와 중학교 동창이며 제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밝힌 B씨는 “(도피조력자) A씨도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씨와 공범 조현수(30)가 도피 기간 은신처로 이용한 오피스텔 2곳에 모두 방문한 적 있는 인물로,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또 다른 도피조력자다.

B씨는 이씨와 조씨가 지난해 12월 도주한 이후 올해 4월 검거될 때까지 모두 4차례 만났으며, 이 중 3차례는 은신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변을 벗어나 함께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월 29일 일산 일대에서 이씨와 조씨를 만나 함께 고기를 먹은 뒤 이들의 은신처인 오피스텔에서 잤다고 했다. 당시 A씨가 B씨를 인천에서 만나 일산까지 태워준 뒤 술값 등을 계산했다.

B씨는 이어 2월 12∼13일에도 A씨 몰래 이씨와 조씨를 서울 종로와 일대에서 만나 고기를 먹고 호텔에서 함께 숙박했다.

그는 법정에서 “서울 호텔에서 숙박한 뒤 다시 일산으로 가서 해장하자고 해 라면을 먹고 헤어졌다”며 “‘현금을 써야 한다’며 이씨가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전에 만났을 때 이씨가 ‘A씨와 함께 돈을 벌고 있다’고 해 돈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씨와 조씨는 같은 달 19∼21일에도 부산에서 B씨와 만나 유명 관광지 등지를 여행한 뒤 백화점 내 찜질방을 이용했으며 검찰이 공개수배(3월 30일)를 한 직후인 4월 2∼3일에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펜션에서 1박 2일로 여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14일 아침에 이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4월 검찰 조사에서 “이씨가 ‘구속될 것 같다. 조사받으러 안 가겠다. 나 간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가 “이씨가 살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맞느냐”고 묻자 B씨는 “네”라고 인정했다.

B씨는 “이씨가 공개수배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계속 이야기하고 힘들어해서 (펜션에서) 위로해줬다”며 “이씨가 ‘일이 너무 커졌으니 원래 계획인 3억원을 모아 유명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힘들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검사가 “매우 높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이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냐”고 묻자 B씨는 “네”라고 답했다.

한편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못하는 윤씨를 아무런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을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은해·조현수는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가 행적이 묘연한 상태에서 지난 4월16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에 검거되기 전 4개월여 동안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도피 자금을 마련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7일 인천지법 형사15단독으로 열린 첫 재판에서 이은해·조현수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2)씨와 B(31)씨의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부터 4월 16일까지 이은해·조현수에게 스포츠도박 및 마진거래 사이트를 관리·홍보하는 일을 맡겨 수익금 1900만원을 도피 자금으로 쓰게 했다. 이 과정에서 도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컴퓨터, 헤드셋, 의자 등의 물품을 은신처인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로 보냈다.

그는 지난해 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아 같은 해 10월 출소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은해·조현수의 도피 생활을 도운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에서 A씨 등은 “이은해·조현수가 도피 자금과 은신처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와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공동 변호인은 재판에서 “기록 복사를 지난주 수요일에 했다.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공소사실 인정 여부는 다음 재판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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