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법인세' 내는 정유사..세무학계도 '어리둥절'한 초과이윤세
올해 상반기 정유사 실적이 좋아지면서 세수 기여도가 전년 대비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중간 집계된 법인세 규모만 지난해 전체 납부 비용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익 증가에 따라 이미 수조원의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반도체, 철강, 해운 등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업종들과 달리 정유사에만 초과이윤세(횡재세) 논쟁이 붙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비용 차감전 계속 사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액은 1조1843억원이다. 차액 대부분이 법인세 비용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법인세로 3737억원을 낸 것에 비하면 큰 폭 늘었다.
다만 대다수 기업들이 한 해 실적이 마감된 후 이듬해 3월 말과 4월 말에 법인세를 실제 납부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실제 납부내역은 내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점에 조정될 수 있다.
같은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S-OIL의 법인세 비용은 7102억원으로 추정됐고 현대오일뱅크는 IR자료를 통해 법인세 비용이 4586억원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오는 10일 2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단 GS칼텍스는 1분기 법인세 비용만 2809억원에 달했고 2분기 대다수 정유기업들이 호실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도 이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법인세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기업들은 5조원 적자를 냈던 지난 2020년 세수 기여는 0원이었다. 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못한 것이다.
기업분석 전문기업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지난 2021년 법인세 납부를 많이 한 1000대 기업 분석 결과 그 규모는 총 40조원에 육박했다. 법인세 납부규모가 1조원을 넘긴 곳은 삼성전자(7조7335억원·별도기준), SK하이닉스(3조5632억원), 포스코홀딩스(1조8025억원) 등 단 세 곳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정유사들은 이익실현과 이에 따른 법인세 납부를 통해 상당한 사회환원을 이룬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돈을 못 벌어 세수 기여가 없던 정유사들이 지난해부터 실적이 되살아나면서 모두 합쳐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며 "올 들어 산술적으로도 지난해 대비 2~3배 이상의 법인세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 상황에서 초과이윤세 부과란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5월 북해산 원유 및 가스생산 기업에 25%포인트의 '추가세금' 부과를 시행했다. 석유·가스 탐사·생산 이익에 대한 세금에 25% 추가 세금을 부과해 총 65%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이 이익을 내 영국 내 재투자한다면 세금 90%를 경감해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BP는 세금부과 발표 직후 BP가 기존에 발표했던 180억파운드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초과이윤세 법안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이중과세의 논란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재 미국이나 영국이 유전을 갖고 있어 산유까지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으로 단수히 정제업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특정 업종에 대해 초과이윤을 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 앉은 자리에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너무 많이 번 것에 대해선 세금을 더 내라는 취지인데 그럼 코로나19 위기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골프장 사업체들은 어떠한가"라며 "너무 많이 벌었다는 기준도 모호할 뿐더라 어느 한 업종의 통상 벌어들이는 수익 기준을 정부가 정한다는 것도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유가 급등은 기본적으로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으며 글로벌 석유 분야 투자가 거의 중지된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석탄·석유 기반 산업은 장기적으로 사양 산업이 될텐데 단 몇 개월의 반짝 이익만을 보고 세금을 도입하자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단시일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는 일종의 룰(Rule)같은 것인데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임시방편격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입법화하려는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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