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분 불붙인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의사들 "주제 넘게 지껄여" 맞불..양측 지도부 선거에 더 과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에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진 사건이 의료계 내부의 직역단체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의사와 간호사 단체 지도부가 내부 선거 등을 앞두고 지지세를 결집하는 수단으로 해당 이슈를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 A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병원 내 신경외과 전문의 2명은 휴가와 학회 일정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A씨는 응급처치만 받은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2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필수 의료분야 인원 부족과 의료수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운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3.7명보다 적다.
반면 의사단체는 의사 정원 확충에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공개 반발했다.
의대생들은 국가시험 응시까지 거부했다.
오는 12일까지 제26기 회장 선거를 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한 후보가 대한간호협회 앞에서 “간호협회는 뭔데 주제넘게 의사 수가 부족하니 뭐니 지껄이나” “태움(직장 내 괴롭힘)으로 수없이 자살하는 너네 식구들이나 챙겨”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료인력 확충과 의료수가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두고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머리를 맞대기보다 ‘직역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8일 "의사 수 확충에 동의하지만, 필수 응급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의료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의료수가 이야기를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보이는 태도는 윤리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반의 김모씨(32)는 “복지부가 갈등 상황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미봉책으로 넘어가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수가 문제나 필수 인력 확충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의사 정원 문제는 좀 민감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의대 단계에서부터 특정 전공에 한해 지원을 더 하거나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안이 마련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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