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이유로 입사한 당일에 해고..지역 선관위에 '부당행위' 판정

윤기은 기자 2022. 8. 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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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입사 전 임신 고지 의무 없어..차별 명백"

A씨는 지난 1월3일 B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정선거지원단에 6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임신 4개월차였던 A씨는 입사 당일 외근이 잦은 지역단속반에 배정됐다. 지역단속반은 공직선거법 위반 현장 단속, 선거비용·정치자금 자료수집을 담당하는 부서다.

A씨는 같은 날 지역단속반을 희망하는 내근직 사원과 서로 직무를 맞바꾸기로 했다. A씨는 공정선거지원단 관리자와 면담하며 업무 전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자는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A씨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 B지역 선관위는 이튿날 대체자를 추가 합격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B지역 선관위에 추가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사직을 강요한 관리자를 인사 조치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B지역 선관위는 A씨의 근무 종료 시점이 임신 말기와 겹쳐 근로기간 충촉이 어려운 점, 임신 중 선거지원단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점, A씨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만 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인권위에 소명했다. 또 A씨가 스스로 사직서에 서명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임신을 사유로 선거지원단 근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본 것은 선관위 자체 판단에 불과하며, 임신부가 근로기간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근로 공백은 사용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인권위는 임신을 사유로 해고하는 행위는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B지역 선관위는 입사 예정자에게 최종합격 통보 전화가 간 지난해 12월24일 A씨가 임신 사실을 처음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근로자가 모집 채용 과정에서 임신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면 면접자에게 업무환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거나, 수행업무에 맞게 적절한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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