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준석' 발 빼는 정미경·한기호
최고위원·사무총장 잇단 사퇴
이 대표 '고립' 비대위 '탄력'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점점 더 고립되는 모양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정미경 최고위원(왼쪽 사진),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오른쪽)이 이날 사퇴했다. 비대위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정면대응에 동참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기자회견은 8월13일에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과 향후 대응책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또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를 옹호했던 정 최고위원과 이 대표 체제 내내 사무총장을 맡은 한 총장이 사퇴했다. 이 대표에 우호적인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도 사퇴했다. 이들의 사퇴는 이 대표의 싸움에 힘을 싣기보다는 비대위 출범을 받아들이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정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어찌 됐든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나. 이 지점에서 대표가 멈춰야지 법적인 걸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새로운 비대위를 필두로 당이 하나가 돼 하루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제자리를 찾아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SNS에 “이 대표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 대표가 이러는 건 국민에게도, 당에게도,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은 KBS 라디오에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당에서는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고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만남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현재 주요 당직자 중 이 대표 측근 인사는 김용태 최고위원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 준비에 대해서는 “이미 권력에 눈먼 분들이 무력으로, 힘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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