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9일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칩4'·사드 등 언급 수위 관심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이 8일 취임 후 첫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박 장관은 9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왕 부장과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인사의 첫 번째 중국 방문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양국 현안과 역내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한·중관계 방향 설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를 천명하고 미·중 갈등 현안에서 선명하게 미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중국 관계도 ‘보편적 가치와 상호존중’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박 장관은 이 기조를 분명히 했다. 특히 박 장관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밝히며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박 장관은 또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과 대면하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같은 입장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칩4’(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참여 문제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 민감한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보여 회담을 앞두고 긴장감도 조성돼 있는 상태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안정적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 장관은 8일 출국에 앞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공급망 안정 등 안보와 경제 분야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칩4’ 참여 문제와 관련해 “국익 차원에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칩4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협의체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중국 측에 칩4 참여 계획을 전달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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