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국정난맥이 부른 '35일 교육수장'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탁지영 기자 2022. 8.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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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만 5세 입학' 등 논란·혼선 빚다 사퇴..사실상 경질
임명 강행 윤 대통령, 인사·정책 신뢰 흔들 ..국정 방향 전환 불가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낙마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운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된다. 부총리 조기 강판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책·인사 실패 등 총체적 난맥상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의 인선과 국정운영 스타일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 부총리 사퇴는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한 지 35일 만이다.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학제개편안 논란에 따른 경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 부총리 거취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겠다.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첫 교육수장의 불명예 퇴진은 ‘윤석열의 실패’ 성격이 짙다. 윤 대통령이 인선 기준으로 내세운 ‘능력주의’ 원칙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적재적소 유능한 인물을 쓰는 원칙”(6월7일 출근길 문답)을 강조했다. 도덕성, 검찰이나 측근 편중 인사 지적이 나올 때도 ‘능력과 전문성’을 들어 정면 돌파를 택하곤 했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던 날 출근길 문답에서 “전 정권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말했다.

직접적인 경질 배경이 정책 졸속 추진이라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학제개편 논란은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직후 불거졌다. 윤 대통령도 당시 업무보고를 받고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공약이나 인수위 국정과제에서 언급되지 않은 교육제도의 큰 변화가 느닷없이 불거진 것이다. 수습 과정도 혼선의 연속이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나흘 만에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 지시사항도 교육부에 신속한 공론화를 주문한 것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정부의 정책 수립, 조율, 추진, 홍보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지율 추락 국면을 돌파하려면 ‘윤석열표’ 정책과 개혁 과제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인선·정책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선 개혁 추진 단계마다 걸림돌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졸속 정책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만 일으킨 채 이어진 뒤늦은 ‘줄행랑 사퇴’”라며 “박 장관 한 사람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정인·남지원·탁지영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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