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순애 경질한 윤 대통령, 인사·정책 참사 사과해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달 4일 교육 수장에 임명된 지 35일 만에 ‘만 5세 입학’ 정책 혼선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엔 첫 사임이고, 장관급 후보자로 넓히면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이은 5번째 낙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이 코앞에 다가서도록 내각 구성도 마치지 못하고 또 한번의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박 부총리 사퇴는 경질에 가깝다. 그로선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이르면 2025년부터 추진하겠다고 한 ‘취학연령 5세 하향’ 학제개편안이 교육계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은 게 직격탄이 됐다. 그날 보고한 외고 폐지안도 당사자들 반발에 ‘원점 재검토’로 물러섰다. 교육부가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국정난맥의 진앙이 되었다. 박 부총리는 지명 직후부터 교육 수장으로서 자질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만취 운전과 논문 중복게재, 연구용역에 남편 끼워넣기 등으로 야당·교육계·시민사회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국회 원구성 협상이 공전되는 중에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4%까지 폭락하는 데 박 부총리와 교육부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그의 경질은 사필귀정이다.
교육 수장의 조기 퇴진이 남긴 생채기는 작지 않다. 윤 대통령 스스로 업무보고 때 ‘만 5세 입학’ 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그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야당·언론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지난 5월26일 박 부총리 지명 후 사퇴까지 75일간 빚어진 국정 혼선에 대통령도 직간접적으로 책임질 몫이 크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연이어진 인사·정책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당장 학제개편안·외국어고 논란을 매듭짓고, 국가교육위원회 출범·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할 후임 교육부 장관을 조기에 임명하고, 공석 중인 내각 인사도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결격 사유가 큰 교육 수장을 추천하고 제대로 검증 못한 인사라인도 문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름휴가 후 업무에 복귀하며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살피겠다고 했다.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겠다던 자세를 낮추고, 국민 눈높이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 방향은 바람직하다. 이제는 국민이 그 진정성을 느끼고 변화를 체감하는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집권 100일의 국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일방통행식 정책은 또 없는지, 권력기관 운영은 공정한지 돌아봐야 한다. 쇄신의 폭이 양적·질적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국정동력 회복은 요원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 사퇴를 기점으로 대통령실·내각의 인적 쇄신과 정책 쇄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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