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 살균제' 검사들, 해당 기업 변호한 로펌으로
기업을 수사하던 검사가 퇴직 후에 그 기업을 변호하는 로펌으로 옮긴 사례들, 적지 않습니다. JTBC 탐사보도팀 취재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확인됐습니다. SK와 애경을 수사했던 한 검사, 지금은 두 기업을 변호해온 로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로펌에선 그 검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변호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지, 이자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A씨의 프로필 화면입니다.
검사로 일하면서 중대 재해와 시민 안전 사건을 직접 수사해 전문성을 쌓았다고 적혔습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검찰이 SK케미칼과 애경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길 때 사건을 직접 담당했습니다.
재판에서 태평양은 두 기업의 변호를 맡았고, SK와 애경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지난달 24일, A씨는 태평양에 들어갔습니다.
태평양 측은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옥시 한국법인의 존리 대표 등을 수사했던 B모 부장검사는 지난해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했습니다.
광장은 SK케미칼 측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B씨 역시 '헬스케어, 중대재해 등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적혔습니다.
검사 시절 처리한 주요 사건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내세웠습니다.
광장 측은 "B씨가 맡았던 관련 수사는 2016년 마무리됐고 당시 광장은 옥시의 피해자 배상 지원 업무에만 관여했다"고 설명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 로펌에서 직접적인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충분히 도울 수 있고요. 본인이 맡았던 사건이 대법원까지 아직 확정판결 안 된 경우 사건을 맡고 있는 로펌에는 취업을 못 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하고요.]
SK케미칼과 애경의 항소심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법하게 취업했고, 해당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재판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VJ : 최준호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최지은·나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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