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에..활엽수 겨울잠 매년 하루씩 줄어
봄꽃 이른 개화·낙엽 지연
기후변화 식물에 영향 확인
전남지역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1년에 평균 1일씩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들이 봄에는 잎을 일찍 틔우고 가을에는 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라남도 완도수목원은 8일 “전남지역에 자생하는 생강나무와 히어리 등 활엽수 38종류를 조사한 결과 봄철 새잎이 나는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가을철 잎이 떨어지는 시기는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완도수목원은 2010년부터 전국 국공립 수목원 9곳과 공동으로 ‘기후변화 산림식물종 식물 계절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다. 완도수목원과 영암 월출산, 해남 두륜산 등 5곳에서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들을 대상으로 계절별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전남지역 활엽수의 ‘월동기간’이 연평균 1일씩 짧아지고 있었다. 나무들이 봄철에 새잎을 틔우는 시기는 조사 기간 1년에 평균 0.69일씩 빨라졌다. 꽃이 피는 시기는 더 빨라졌다. 봄꽃 개화 시기는 1년에 0.94일씩 당겨지고 있다.
반면 나무의 단풍과 낙엽 시기는 연평균 0.45일씩 늦어졌다. 활엽수는 겨울이 오기 전 잎을 떨어뜨린 뒤 생장을 멈추고 월동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이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남지역 활엽수의 월동기간이 연간 평균 1.14일씩 짧아지고 있고, 그 기간만큼 생장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식물 생장 변화는 기온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 봄의 기온이 가장 민감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봄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나무의 새잎은 평균 3.65일 먼저 나오고, 꽃은 4.67일 빨리 핀다.
완도수목원은 기후변화로 활엽수의 연간 생장기간이 길어지는 등 난대 식물이 북상하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식물의 변화는 식물생태계를 이용하는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체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광일 완도수목원 연구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봄이 빨리 오고 겨울이 늦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생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수종 변화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난대 식물이 북상하는 조건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찬진 완도수목원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생육환경이 변해 멸종이나 감소위기에 놓인 취약 식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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