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읽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한국인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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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역사를 모르면 빈 깡통과 같습니다. 승자와 패자처럼 사실만 나열한 역사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를 통해 빈 깡통을 채울 '뿌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54) 작가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파친코'의 새 한국어 번역본 출간을 기념해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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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4대 가족 애환 그려
"인생 통해 뿌리 이야기 하고싶어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인기 주효"
韓 교육 이야기 담은 작품 집필중
“정체성은 역사를 모르면 빈 깡통과 같습니다. 승자와 패자처럼 사실만 나열한 역사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를 통해 빈 깡통을 채울 ‘뿌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소설이 주류 사회에서도 인기를 끈 비결에 대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유럽과 미국 독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종차별, 계급, 문화적 제국주의, 식민지 등을 다루는데 19세기 영문학에서 많이 쓰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도 ‘파친코’를 읽고 ‘엄마와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줘 기쁘다”며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으면 러시아인이 되고, 디킨스의 소설을 읽으면 영국인에 이입되는 것처럼 ‘파친코’를 읽을 때는 누구나 다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새 번역으로 출간된 한국어판 개정판에 대해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번역에 대해 많이 컨트롤할 수 있게 허가해 준 부분이 있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번역을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차기작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의 교육을 이야기하는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집필 중이다. 그는 “학원을 다녔든 안 다녔든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학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배경으로 ‘선자’를 중심으로 재일조선인 4대 가족의 애환을 핍진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애플TV+가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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