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얽힌 기억의 바다.. "한강 소설 읽고 영감 얻어"
캔버스 그림에 한계, 새로운 매체 찾아
실을 엮어 건축물 같은 설치공간 창조
소설 속 출산직후 아기 잃은 엄마 장면
아이 위해 준비했던 온갖 흰색 물건들
임신 6개월 유산했던 작가 경험과 통해
삶·죽음 관통하는 기억, 흰색실로 연결
"불안과 상실에 대한 애도·치유의 의미"
시오타는 교토세이카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으나 평면에 한계를 느껴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나아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작가다. 기억과 트라우마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몸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인간 내면의 의식은 영원히 이 우주 안에 녹아있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하곤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긴 잡초를 뽑으며 느꼈던 죽음의 공포, 이웃집 화재 후 집 밖에 내다 버린 불탄 피아노를 보고 느꼈던 강렬함, 두 번의 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마주했던 죽음 등이 그녀가 실존주의적 문제의식으로 한발, 한발 계속 나아갔던,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이다. 독일 베를린 중고 벼룩시장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조그만 유품들을 모으는 이유도 그 유품들 안에 유한한 신체 대신, 무한한 망자 내면의 의식, 기억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작가는 설치작업을 하기 전에 공간을 직접 방문하고, 그 공간에서 받은 영감으로 스케치 드로잉을 한 뒤, 직접 실을 엮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실의 장력을 버틸 수 있도록 별도 벽 공사를 3일간 했고, 12일 동안 작가가 실을 직접 엮어냈다고 한다. 한쪽 팔에는 실타래를 낀 채, 한 손으로는 열두날 동안 실을 뽑아낸 끝에, 그가 잃은 아이, 두 번의 암 투병, 그가 베를린 벼룩시장에서 사 모은 유품들에 담긴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배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8월21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방 도중 “이재명 대통령이”…곧바로 수습하며 한 말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100인분 예약 후 당일 ‘노쇼’, 음식 버리며 울컥”…장애인체육회 결국 보상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15살’ 오유진 지독하게 괴롭힌 60대 男, 결국 집행유예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