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연해진 도어스테핑, 국정은 정면돌파

김미경 2022. 8. 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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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복귀 첫 출근 尹대통령.. 뭐가 달라졌나
직설화법 대신 소통·설득.. 취재진과 거리감 좁혀 '스몰 체인지'
정책혼선·인사 원론수준 그쳐.. 자칫 "잘못한 거 없다" 느낄수도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낸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얼마나 바뀌었을까?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며 도어 스테핑(약식 회견)을 하는 윤 대통령의 입과 표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그의 발언과 태도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는 달라졌다. 말투는 뾰족한 직설적 화법에서, 정제를 거친 듯 둥글어지고 톤도 낮아졌다. 전에 비해 취재진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더 많은 기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설 수 있도록 자리도 넓혔다. 지지율 하락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태도도 사라졌다. 민주당 색깔인 하늘색 넥타이를 매서 협치 해석도 나왔지만 그 전에도 비슷한 넥타이를 맨 적이 많아 이같은 해석은 억측일 수 있다.

한마디로 호통과 변명으로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서인지, 소통과 설득으로 전환해 '스몰 체인지'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발언의 귀결도 '국민'이었다.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며 리더십 위기를 맞자 '국민 눈높이'와 '국민 공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소통'방식에서 변화가 감지된 것과 달리 내적 '쇄신'의 강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며 "중요한 정책과 개혁 과제의 출발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5세 초등학교 입학 등 학령기 개편과 관련한 국민 반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인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국정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국민 뜻과 눈높이에 맞춘 국정운영 등 국정 쇄신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여느 때보다 추석이 빠르고 고물가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맞는 명절인 만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과감한 추석 민생 대책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국민을 더 세심하게 받들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라"며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민생을 빈틈없이 챙기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일정과 휴가 등으로 중단했던 도어스테핑을 13일만에 재개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를 보낸 소회를 꺼내며 "1년여전에 정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제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 또 인수위원회, 취임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며 "돌이켜 보니까 부족한 저를 국민께서 불러내서, 어떨 때는 호된 비판으로, 또 어떨 때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다시 한번 갖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진사퇴와 지지율 하락세, 인적쇄신 요구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모든 국정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했다. 다만 인적쇄신과 관련해서는 "이제 바로 일이 시작되는데, 그런 문제들도 (집무실로)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이날 박 부총리가 직접 사의를 표명한 것 외에는 대통령실과 내각 등에 추가 쇄신은 나오지 않았다. 또 국민의힘 내홍을 증폭시킨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인사에 대해서 더 고강도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적쇄신 없이는 추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어렵고, 윤석열표 개혁을 추진할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으로) 휴가동안 몸은 편했을지라도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듣고 오만함을 버리고 반성하는 태도를 갖춘 것 같다"고 했다. 홍 교수는 "단 한번의 소통으로는 당장 섣부르게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휴가 중에 여러가지를 고심해 구체적으로 정책혼선을 매듭짓고, 인사문제도 정리하고, 상세하게 방향을 내놓기를 기대했을텐데 너무 원론적인 얘기에 그친 것 같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고 국민 관점에서 보겠다고 했지만 공감성이 떨어진다. 자칫 대통령이 속으로는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해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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