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美 주도 '칩4′ 참여 수순.."특정국 배제 없다" 中 달래기

세종=전준범 기자 2022. 8.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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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
이창양 산업장관 "경제적 접근할 뿐"
박진 외교장관 "중국 우려하면 설명"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내달 초로 예정된 4개국(한국·미국·일본·대만) 예비회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요 부처 수장들은 칩4를 통해 특정국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22일 서울 구로구 ㈜오스테오시스 회의실에서 열린 '대중 수출기업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칩4는 순수하게 경제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어 특정 국가를 배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국의 칩4 참여가 중국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큰 수출 시장이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 우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국익을 고려할 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칩4 참여가 중국의 외교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 장관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칩4의 내용·수준·방식 등에 따라 (중국의 보복) 가능성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며 “내달 초 열리는 칩4 예비회의에서 바람직한 방향성에 관한 우리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중국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칩4 참여에 따른 중국 반발 가능성과 관련해 “칩4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협의체”라며 “중국과 함께 논의하고, 만약 중국의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중국은 우리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 상대”라며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통·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월 8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칩4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올해 3월 한국·일본·대만 등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퀄컴·엔비디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을 보유한 미국과 삼성전자·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한 한국·대만, 반도체 소재 분야 최강자인 일본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술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칩4를 구상한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는 9월 초로 예상되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해둔 상태다. 예비회의에서는 칩4의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조율될 전망이다. 이창양 장관은 “산업부는 칩4라는 모임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디로 나아가는 게 우리 반도체 산업에 가장 좋을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 맥락에서 꾸준히 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관계, 미국이 팹리스 분야에서 절대 강자인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칩4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란 점은 우려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중국은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면서 전 세계 시장을 갈라놓는 것에 반대한다”며 칩4 시도에 경고장을 날렸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만 한국과 밀접하게 엮인 건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6444억달러다. 이 중 25.2%인 1629억달러가 중국을 향했다. 한국이 수출 제품을 만들 때 쓰는 각종 원·부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에서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29.3%로 일본(28.9%)과 미국(12.9%)보다 높았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2019년 기준) 역시 27.3%로 일본(19.8%)과 미국(8.1%)을 크게 앞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대중 수출 위축 흐름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 말 발표한 ‘국내 수출의 특징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은 0.56%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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