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국가 우주 백년대계'부터 세우자

2022. 8. 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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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메리트 섬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KSC) 내 아틀란티스관. 이 곳에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전시되어 있다. '아틀란티스호'는 미국 NASA(항공우주국)가 개발한 우주 왕복선이다. 1985년 10월 운항을 시작해 지난 2011년 마지막 임무를 끝으로 명예롭게 퇴역했다. 이후 이 곳으로 옮겨졌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NASA의 지난 30년 간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과 아틀란티스호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됐다. 하얀 천의 스크린 뒤로 커다란 비행 물체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영상물이 끝남과 동시에 영상을 보여주던 대형 스크린이 천장으로 서서히 올라가자 거대한 크기의 실물 아틀란티스호가 관람객 앞에 등장했다.

주변에 있던 관람객들은 숱한 실패와 난관을 극복한 끝에 아틀란티스호 개발에 성공한 영상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실제 우주에서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아틀란티스 실물을 마주하자 "와∼"하는 탄성과 함께 환호하며, 아틀란티스호와의 뜻밖의 만남에 연신 놀라움을 자아냈다.

관람객과 함께 이를 지켜보던 필자 역시 아틀란티스호의 갑작스런 등장에 전율을 느꼈고, 우주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이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이들의 뛰어난 연출력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틀란티스호는 지난 26년 동안 33번의 우주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를 400번이나 공전했다.

관람객들은 눈 앞에 우주를 날아가듯 비스듬하게 서 있는 아틀란티스호의 웅장함에 다시 한번 놀랐고, 우주왕복선 내부가 훤히 보여 주엔진을 비롯해 화물칸, 로봇팔, 조정실 등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검게 그을려 있는 아틀란티스호의 외부 표면이었다. 뜨거운 대기권 마찰열을 뚫고 우주를 숱하게 다녀온 생생한 흔적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걸 보고 자란 미국 사람들은 우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우주는 비록 어려운 과정이지만, 도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국가의 우주개발에 더 한층 힘을 실어줬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게 미국을 상징하는 '프론티어 정신'의 발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아틀란티스 전시관 얘기를 꺼낸 것은 미국의 우주개발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라는 국가 지도자에 의해 시작됐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케네디 대통령의 우주에 대한 미래 비전과 강한 신념, 의지가 국민들을 마음을 움직였기에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얻어 우주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들의 우주 비전은 어떨까. 지금까지 국가 지도자들이 제시한 우주 비전과 정책은 '우리가 왜 우주개발에 나서야 하는가'에 근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국가적 철학과 비전 부재 속에서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우주개발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것도 없지 않았다. 실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7대 우주강국 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그저 그런 듯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인 '한국판 NASA'로 불리는 항공우주청 신설은 새 정부 출범 3개월이 넘도록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해 제자리 걸음이다. 항공우주청 입지를 놓고 대전과 경남 간 지역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첫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 성공까지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누리호 4회 반복 발사를 위한 누리호 고도화사업부터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2031년 달 착륙선 발사 등 굵직한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우주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국가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고, 다른 것도 할 것입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어려워서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인류를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계획'을 실현했듯이, 우리에게도 우주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비전을 제시해 줄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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