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논란 속 취임에서 사퇴까지 단 한달.. 현안 산적한데 동력 잃은 교육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 등을 갑작스레 꺼내 정책 혼선을 빚은 데 따른 사실상의 경질 조치로 해석된다. 박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음주운전 전력 등 교육수장에 걸맞지 않는 과거 행적으로 논란을 부른 끝에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낙마했다.
8일 박 부총리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부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26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39일 만인 지난달 4일 취임한 박 부총리가 재임 36일차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역대 5번째로 단명한 교육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 부총리는 취임 전 검증 과정에서 음주운전 외에도 논문 중복게재 같은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진두지휘할 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행정학자여서 교육에는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이를 불식시키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여론 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느닷없이 꺼낸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방안이 거센 반발을 부르며 발목을 잡혔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산업인력 양성이란 교육의 단편적인 기능에만 치중하며 유·초등교육을 경시한 모습에서 박 부총리의 비전문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교육정책의 복합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장관과 ‘스타 장관’을 주문한 대통령이 만나 결국 이런 난맥상을 빚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당면한 현안이 쌓여 있는 교육부로서는 박 부총리 취임 전의 장상윤 차관 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현 정부의 첫 교육수장 후보로 지명된 김인철 후보자는 지난 5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물러났고, 이어 지명된 박 부총리까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으나 짧은 재임기간 동안 성과 대신 논란만 증폭시켰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의결하는 등 중장기적 안건을 다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교위 출범 및 안착의 임무를 다해야 할 교육부도 동력이 고갈된 상태다. 논란 끝에 장관이 물러나 반도체 인재양성 후속조치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존치 여부가 걸린 고교체제 개편 등 주요 정책들까지 여론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 부총리가 입학연령 하향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됐지만 교육 관련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입학연령 하향 정책을 확실히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정부는 교육 갈등과 공백을 초래한데 대해 무겁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가의 교육책무를 강화할 취지라면 취학연령을 낮출게 아니라 유보통합과 만5세 유아 공교육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육부 장관 인사 실패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만 5세 초등취학 정책 철회를 즉각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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