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띄워 주세요"..일본 최대 축제에 대한항공 떴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아오모리현 '대한항공 네부타' 특별제작
코로나로 끊어진 '인천~아오모리' 재개해 달라
아오모리 지사 "대한항공은 세계로 통하는 창"
지난 3일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시의 중심가 신마치도오리. '일본에서 가장 박력있는 축제,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는 빈말이 아니었다.
어둠이 깔리고 17대의 대형 네부타가 조명을 밝히자 시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네부타는 아오모리 지역 특유의 축제 차량이다. 높이 5m, 폭 9m, 무게 4t의 거대한 네부타가 어둠을 찢을 듯 온 힘을 다해 두드리는 큰북 소리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거리를 가득 매운 관객들의 어깨도 절로 들썩였다.
그런데도 축제현장을 안내하는 이나다 이사오 아오모리현 교통정책과 총괄주임은 저녁 내내 "아~,이게 아닌데..거리가 미어 터져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년 만의 개최지만 방역을 위해 규모를 줄인 탓이었다.
22대 규모였던 대형 네부타의 수를 올해는 17대로 줄였다. '랏세라! 랏세라!' 외치면서 흥을 돋우는 춤꾼(하네토)들도 줄었다. 네부타 마쓰리는 관객들이 즉석에서 하네토로 가세하는 참여형 축제지만 올해는 사전등록제로 운영했다.
1842년부터 시작된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축제다. 매년 8월초 6일간 열리는 축제 기간 아오모리시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285만명이 이 도시를 찾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네부타 마쓰리는 382억엔(약 3687억원·2018년 기준)을 벌어들여 단 6일 만에 아오모리현 국내총생산(GDP)의 1%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축제 가운데 경제효과가 압도적인 1위였다.
올해 네부타 마쓰리에는 ‘대한항공 네부타’가 처음 등장했다. 삼국지나 일본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제작하는 여느 네부타와 달리 대한항공 네부타는 하늘색 여객기 모양으로 특별 제작됐다. 아오모리현청의 기획이다. 이석우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과 김홍영 차장이 직접 등롱을 들고 네부타를 이끌었다.
축제는 누가 더 멋진 네부타를 제작했는지를 겨룬다. 수상작은 다음 축제까지 아오모리시 네부타 전시관인 '와랏세'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린다.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작품들은 불태워진다. 현재 14명 남은 네부타 제작 장인들은 축제가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 이듬해 네부타를 구상해 1년에 걸쳐 제작한다.
이색적인 지역 축제에 머무르던 네부타는 1970년대 일본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전국 규모의 홍보 전쟁터가 됐다. 네부타를 만들고, 축제 기간 행렬을 운영하는 데만 2000만엔이 든다. 그런데도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히가시니혼과 대표 전자회사인 미쓰비시전기 등 대기업들은 축제가 끝나자마자 이듬해 네부타를 만들 장인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아오모리현이 이 축제에 대한항공 네부타를 띄운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 이후 끊어진 인천~아오모리 직항편을 다시 운항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1995년 아오모리공항에 처음 취항한 국제선 항공사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대한항공을 타고 아오모리를 오갔다. 이 노선은 2020년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로 3년째 끊어졌다.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내 인지도가 1위인 반면 해외 인지도는 아키타 간토마쓰리, 모리오카 산사마쓰리에 뒤처진다. 대한항공의 운항을 재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면 네부타가 해외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미무라 신고 아오모리현 지사(사진)는 대한항공 여객기 모형과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아오모리에 대한항공과 인천공항은 세계로 통하는 창”이라며 “대한항공 네부타는 노선을 재개해 달라는 아오모리현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미무라 지사는 매년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국장단을 이끌고 도쿄의 한국관광공사 지사와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 본사를 찾는다. 2003년 이후 19년째(5선) 아오모리현을 이끄는 동안 호형호제하는 대한항공 경영진도 여럿이다.
대한항공도 일본 정부가 지방 공항을 다시 열면 운항할 노선으로 아오모리 노선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무라 지사와의 관계, 아오모리 공항이 일본 동북 지방의 관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무라 지사는 "제주도와의 세계자연유산을 통한 관광 교류, 덕수궁 미술관과의 문화 교류, 스포츠 교류 등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을 재개해 한일간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오모리=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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