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새 광화문광장

심윤희 2022. 8. 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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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의 전신은 '육조 거리'다. 1395년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할 때 설계를 맡았던 정도전은 경복궁 정문 광화문 앞으로 쭉 뻗은 길에 육조(六曹)와 주요 관청을 배치했다. 광화문을 등지고 왼편 가까운 쪽부터 의정부·이조·예조·호조·한성부가, 오른편에는 예조·중추부·사헌부·병조·형조·공조가 있었다. 육조 거리는 임금이 행차하는 길이자 백성을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광화문 일대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1914년 일제는 육조 거리의 이름을 '광화문통(光化門通)'으로 변경했다. 일제가 1926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우면서 광화문은 경복궁 동쪽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광복 직후 광화문통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로로 바뀌었다.

광화문광장은 참여정부 말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광화문 일대를 바꾸자는 여론에 따라 왕복 16차로 세종로를 12차로로 축소하면서 2009년 완성됐다. 하지만 역사성 복원에 대한 아쉬움과 섬 같은 입지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2020년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이 시작됐다. 광장 동쪽인 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를 넓히고 세종문화회관 앞 서쪽 차로를 없애 광장을 2배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재구조화를 놓고 "왜 멀쩡한 광장을 파헤치느냐" "개선이 필요하다" 등 찬반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년9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6일 재개장했다. 육조 거리를 재현한 육조 마당이 조성됐고, 공사 중 옛 사헌부의 문지, 행랑, 담장 등이 발굴된 건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광화문광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전, 촛불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무대가 됐다. 하지만 잦은 시위로 몸살을 앓아온 것도 사실이다. 광장은 그리스 '아고라'와 로마 시대 '포룸'이 기원이다. 다양한 담론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면서도 시민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마당이어야 한다. 특정인들이 시위 공간으로 점유해 시민들이 배제되는 광장의 지나친 정치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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