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한달 만에 '사퇴'..윤 대통령 무리수, 혼란만 남겼다

김민제 2022. 8.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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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음주운전·논문 중복 게재·갑질 논란
고구마줄기 의혹에도 청문회 없이 임명
'만 5살 입학' '외고 폐지' 졸속 추진
교육계 "교육 비전문가..예고된 참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음주운전과 논문 중복 게재, 갑질 의혹 등 자질 논란 속에도 임명 강행됐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 만인 8일 결국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사임으로도 첫 사례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려고 한다.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돌려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다.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답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인철 전 후보자가 장학금 ‘아빠 찬스’ 등 의혹으로 낙마한 뒤, ‘교육 비전문가’ ‘고구마줄기 의혹’ 등 교육계 안팎의 우려에도 ‘두번째 낙마는 없다’며 임명을 강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무리수가 교육 현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의혹투성이’ 장관

5월26일 박 부총리 지명 뒤 여러 의혹이 이어졌지만, 가장 큰 결격 사유는 ‘만취 음주 운전’ 전력이었다. 박 부총리는 2001년 12월 당시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에 달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251%로 운전하다 적발돼 이듬해 9월 벌금 250만원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같은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가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비율은 0.67%에 불과해 박 부총리의 처분은 아주 이례적이었다.

문제는 음주운전 전력과 교육부 장관 업무의 연관성이다. 교육부는 올해 1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교원은 교장 임용제청에서 영구 배제하도록 내부 기준을 마련해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교육부 장관은 교장 임용 제청권자로, 정작 본인은 만취 운전을 하고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았으면서 음주운전을 이유로 교원들을 교장 임용에서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박 부총리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끝내 음주운전 사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박 부총리는 같은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는 등 연구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았다. 1999년 제출한 논문을 미국교통학회에 중복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8월 한국행정학회로부터 ‘자기 논문 표절’로 논문 게재 취소와 2년의 투고 금지 징계를 받았고, 2012년 3월 한국정치학회에서도 ‘중복 게재’로 논문 게재 취소와 3년 투고 금지 징계를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두 번의 투고 금지 징계는 학자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임에도 박 부총리는 “자진철회한 것. 투고 금지 징계를 받은 지 몰랐다”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울대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장 재직 시절에는 소속 조교에게 개인 연구실 청소를 시켰다는 ‘갑질’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박 부총리는 지난달 4일 국회 공전 속에 인사청문회 없이 결국 임명됐다.

‘교육 비전문가’ 무리한 정책으로 낙마

임명 뒤에도 의혹 제기는 계속됐지만, 박 부총리는 결국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사퇴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등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살에서 만 5살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보고했다. 2018년 1월~2022년 12월생 25%를 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앞당겨 입학시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정책이었지만 학부모나 일선 교육청 등과 사전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심 수습 과정에선 ‘오락가락’ 행보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4년 분할 입학에 반발이 거세지자 박 부총리는 라디오에 출연해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을 바꿔 ‘학제개편안이 카드 무이자 할부냐’는 조롱을 받았다. 결국 지난 2일 대통령실과 박 부총리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정책 철회 입장을 밝혔다.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해서도 ‘2025년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혔다가 다시 백지화 가능성을 시사해 또 한번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교육부에 ‘교육 비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힐 때부터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부총리는 ‘행정 전문가’로 교육과 접점이 있는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임명 당시 교육계에서는 “박순애 임명 강행은 우리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로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 하는 분야인데 비전문가를 장관으로 세워 이 사태가 벌어졌다”며 “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다음 장관은 교육을 잘 알고 교육계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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