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조합원 분양자격, 권리산정기준일, 그리고 법

허남이 기자 2022. 8. 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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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의 조합원들은 기본적으로 신축건물에 대한 분양자격이 있다. 조합을 결성하여 자신의 부동산을 출자한 뒤 새로운 신축건물에 입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비사업과 관련된 각종 법령들은 그동안 조합원자격을 제한하거나, 일정 이상 소유자에게 분양자격을 제한하는 형태로 분양받을 자격 자체를 규제해 왔다. 투기를 위해 아주 작은 지분이나 작은 부동산을 소유한 자에게는 신축건물 하나를 온전히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이어왔다.

그 전에도 정관이나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일정부분 분양자격에 대한 제한은 있었으나, 현재와 같이 조례나 법령이 구체적으로 분양자격을 제한하게 된 것은 각 시도 도시재개발사업조례에서 관리처분의 기준 및 분양자격에 관한 사항을 도입한 1997년 무렵인 것으로 보인다.

최초 조례에는 분양자격이 제한되는 규제 자체가 한정적이었다 보니, 투자자들은 조례에 규정된 규제를 피하여 분양자격을 받기 위한 행위를 시도하였다. 이른바 '지분쪼개기'다. 예를 들어 분양자격이 1개밖에 주어지지 않는 다가구주택을 분양자격이 여러 개 나오는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주택을 지어 분양자격을 늘린다든지 하는 행위이다(지금은 규제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나, 도시정비조례 제정 이전에는 다세대 전환을 통한 지분쪼개기가 허용되었다). 규제를 피해 각종 지분쪼개기 시도가 성행하자 지자체 역시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추가로 조례를 개정하여 규제를 점차 늘려나갔다.

하지만 계속 조례를 개정하다 보니, 특정 행위에 대한 규제가 없던 조례를 믿고 각종 행위를 한 사람들의 신뢰보호 문제가 대두되었다(공적 영역에 있어 신뢰보호의 문제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에 지자체, 특히 서울시는 특정 쪼개기 행위에 대한 규제를 조례에 도입하면서 "조례개정일 이후"에 쪼개기 행위를 한 자들은 보호하지 않고, 조례개정일 전에 행위한 자들만 부칙을 통해 보호한다는 기준을 취하였다. 즉, "조례개정일"을 기준으로 분양자격을 판정하였고, 이를 실무상 '권리기준일' 내지 '권리산정기준일'이라 불렀다. 예를 들어 다세대전환에 대한 규제가 서울시 조례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03. 12. 30.인데, 조례 개정 전 다세대전환을 해 둔 사람들은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반면, 조례개정 후 다세대전환을 한 경우에는 규제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권리산정기준일, 특히 서울시의 권리산정기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의 규제가 '언제' 도입되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조례의 개정 시점"과 "해당 부칙"을 숙지해야 했다.

권재호 수석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이렇게 되면 신뢰보호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조례개정일'만을 기준으로 분양받을 권리를 판정할 경우, 본인이 소유한 구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기도 전에 했던 행위가 기준일 이후의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규제가 되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즉, 재개발구역이 지정될 것을 모르고 다세대 전환을 했더라도 그 전환일이 2003. 12. 30. 이후라면 무조건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정비법은 2009. 2. 6. '주택등 건축물의 분양 받을 권리 산정 기준일'이라는 규정을 두어, 정비구역지정고시일 내지 시도지사가 투기억제를 위하여 기본계획 수립일 이후 따로 정하는 날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삼도록 정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위 법률 규정의 시행일 이후에도 곧바로 조례를 개정하지 않다가, 2010년 7월 16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법률상의 권리산정기준일과 같은 내용을 조례에 도입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 부칙을 통해 개정된 조례의 적용범위를 '2010년 7월 16일 이후 최초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지역'만에 한정하였고, 개정 전 이미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정 전"의 조례에 따라 권리를 산정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서울시에 있던 재개발구역의 대부분이 이미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역이었므로, 대다수 재개발 조합원들은 아직까지도 꾸역꾸역 옛날 조례를 적용·분석하여 분양자격을 판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 종사자나 투자자들은 개정 전 조례를 속칭 '구조례', 개정 후 조례를 '신조례'라고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법률에 정해진 권리산정기준일의 기준 시점을 조례가 멋대로 정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규제에 급급하여 만들어진 조례 규정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얽히고설켜 해석상 각종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공공재개발과 공공직접시행방식 재개발이 얽혀 권리산정기준일을 판정하는 이슈와 '조합원 자격'에 관한 이슈까지 분양자격의 문제에 가세하여 복잡성을 한층 더 가중하고 있다.

복잡한 권리관계에 의해 피해를 보는 것은 분양자격을 취득할 것으로 생각하고 매수한 선량한 조합원들뿐이다. 게다가 분양자격의 문제는 곧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처분단계에서 드러난다. 조합원으로서 10년을 보유하든, 15년을 보유하든 관계없이 관리처분단계가 되어야 문제가 드러난다.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는 민법상의 각종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도 분양자격과 관련하여서는 별다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다. 분양자격과 관리처분은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뢰보호를 위해 도입했던 제도가 오히려 신뢰를 해치게 되는 실정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권리산정기준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글 법무법인 센트로 권재호 수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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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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