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주자 강·박, 단일화 힘 빠지고 존재감도 희미 "비전 제시해야"
세대교체와 혁신을 열쇳말 삼아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박용진·강훈식 후보(기호순)가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6~7일 공개된 초반 경선 지역권리당원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에 크게 밀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두 후보가 자기만의 미래 비전을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대표 후보들은 8일까지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에서 두 차례 공식 TV 토론회와 네 차례의 순회연설회를 치르고 해당 지역 권리당원들의 투표 결과를 받았다. 누적 득표율 74.15%를 기록한 이 후보의 대세론이 확인되면서 97세대 두 후보의 행보가 아쉽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두 후보가 이 후보와 대립 구도만 부각하면서 ‘이재명 대 97세대’ 프레임과 단일화 여부만 주목받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식 TV 토론회에서 후보 간 공방은 대부분 강·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A 중진 의원은 “두 후보가 이해관계가 다른데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가능성 낮은 단일화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이 후보에 대한 비판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선 초반 이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며 역전승을 위한 단일화라는 명분도 희미해지고 동력마저 상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강 후보에게 기대했던 정책·비전 행보의 주목도도 떨어지고 있다. B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와는 별개로 당의 미래 비전, 앞으로 나아갈 길이 젊은 후보들에게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C 중진 의원은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지휘할 22대 총선을 대비한 정책논쟁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묻혔다”며 “비전을 돋보이게 할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97세대 두 후보는 8일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회 권한 강화,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설치, 선거 1년 전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 등 대표 권한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사당화 방지 혁신안’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신 회복 운동본부’ 발대식도 진행했다. 강 후보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는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지지자들과 만났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두 후보가 혁신보다 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에 기댄다는 시각도 있다.
두 후보는 13~14일 진행될 경남권·충청권 권리당원 투표와 1차 국민여론조사에서 추격의 실마리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재선 의원은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 보다는 당의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비전 제시에 두 후보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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