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덩어리 : 이명박의 전봇대와 박근혜의 세월호 [유레카]

전종휘 2022. 8.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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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전봇대가 서 있어 잘 안된다."

2008년 1월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간사단 회의 발언은 엠비(MB)식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2014년 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고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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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전봇대가 서 있어 잘 안된다.”

2008년 1월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간사단 회의 발언은 엠비(MB)식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애꿎은 전봇대가 문제가 된 건 조선업 호황과 맞물린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을 받아 배를 블록 형태로 제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대형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자 예전 중소형 선박 건조 시절 세워진 낮은 전봇대 높이가 대형 블록 이동의 걸림돌이 됐다. 문제의 전봇대는 엠비 발언 바로 다음 날 뽑혀나갔다. 더디기만 하던 공단의 전선 지중화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한 2015년 이후 30% 삭감된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51일간 농성하다 끝내 4.5% 인상안을 받아들고 해제하기까지 정부가 보인 ‘느긋한’ 태도와는 매우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2014년 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고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암’과 ‘덩어리’엔 각각의 기의가 숨어 있다. 암은 반드시 없애야 할 나쁜 것으로서의 규제를 말한다. 덩어리는 규제를 개별적으로 손보면 효과가 약하니 문제 해결에 관련된 규제를 한묶음으로 없애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덩어리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암덩어리 발언이 나온 지 37일 뒤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박의 운항 수명을 연장하고 구조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그 전부터 진행된 규제 완화가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30일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며 기업 규제 철폐를 선언하고 나섰다. 6월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정부 국무조정실이 만들었다는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문건엔 노동자 해고사유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반노동적 내용이 가득하다. ‘규제 개혁’이라 쓰고, ‘규제 개악’이라고 읽는다.

전종휘 전국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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