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찰국 갈등'에 '등 터진' 윤희근..민감한 질문에 시종일관 "답 어렵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강연주 기자 2022. 8. 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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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어떤 얘기가 나오냐 하면 ‘청국장’이다. 경찰청장 위에 경찰국장 있고, 경찰국장 위에 행안부 장관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찰국은 과거 정부에서 밀실로 하던 인사를 행안부 통해서 제대로 양화시켜보자는 취지 아닙니까. 경찰은 오히려 찬성해야 되는 입장 아닙니까?”(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문제를 놓고 여야의 거센 공방이 벌어졌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을 묻는 질의에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윤 후보자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경찰국 신설 논란과 관련해 “경찰권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동시에 중립성과 책임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열린 마음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지속 가능한 치안 시스템, 더 효율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울러 조속히 조직원들의 마음을 모으면서 분위기를 쇄신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시작부터 야당 의원들은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맹공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경찰국을 강행해 설치한 건 경찰수사권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철민 의원은 “경찰국 설치 과정에서 청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스탠스가 굉장히 모호했다”며 “14만 경찰이 아닌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장관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시만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질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박성민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 밀실로 하던 인사나 관리 통제를 행안부를 통해 제대로 양화시켜보자는 취지”라며 경찰국 신설을 두둔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는 아무 말 않다가 왜 갑자기 (경찰국 신설로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모여서 정치적 중립성을 외치시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시종일관했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법을 위배한 것은 아니냐’는 문진석 의원 질의에는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행안부 장관의 권한에 치안 사무가 없는데도 이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경찰국을 만든 것은 결론적으로 위법한 것 아니냐’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적법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 출신인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경비대책회를 주재한 데 대해 ‘월권이 아니냐’고 묻자 말문이 잠시 막히기도 했다. 임 의원이 “후보자가 행안부 장관 수행비서가 아니지 않느냐”고 질책하자 윤 후보자는 “제가 당시 후보자 신분이기도 했지만 (경찰청장을) 직무대행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깊이 있는 판단을 못한 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회의에서 논의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윤 후보자의 모호한 답변이 반복되자 여당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분명하게 답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는 윤 후보자가 경찰청장으로서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검증하는 자리”라며 “지금부터는 위원님들의 질문에 정확하게 소신껏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특채된 김순호 행안부 초대 경찰국장(치안감)의 ‘프락치 의혹’ 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의혹)까지 알고 추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윤 후보자는 “경찰청장 후보자로서 (경찰국장) 추천 협의 과정을 거쳤다. (논란과 관련해) 추후 한 번 더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순호 경찰국장을 파견 취소할 계획은 없느냐’는 이해식 의원의 질의에는 “행안부하고 협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법제처의 ‘편집 발췌본’ 유권해석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법제처는 최근 경찰위원회의 기구 성격과 관련해 과거 작성 문건에서 경찰국 신설에 불리한 부분을 쏙 뺀 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논란이 됐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경찰위원회 무력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날 채택되지 못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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