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형의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 수술 후 생존율 낮다
일차성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의 예후 예측하는 임상 표현형 발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표 교수(곽순구 전문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이승아 교수) 공동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0년 사이 3개 대형병원에서 수술받은 일차성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 2,321명을 분석해 수술 예후와 연관된 5가지 임상 표현군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승모판막 역류증은 심장이 수축할 때 승모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그중 일차적 승모판막 역류증은 판막 자체의 이상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중증이 될 경우 심부전과 급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방법 수립이 중요하다.
유일한 치료법은 개흉 수술을 통해 병든 판막을 교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저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경피적 판막 교정 시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 방법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기존 진료 지침은 적절한 수술 시점을 결정하는 기준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개별화된 치료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연구팀은 적절한 치료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지침으로 활용하기 위해 잠재 계층 분석 기법을 바탕으로 환자들 사이에서 특정한 임상적 패턴을 탐색했다.
이 기법은 전체 표본을 동질한 하위집단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오직 관찰된 패턴에 따라 환자 데이터를 분류하기 때문에 기존 임상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는 독특한 질병 패턴을 발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1,629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잠재 계층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5개의 독특한 임상 표현군이 관찰됐다.
표현군은 △제1군(최소한의 동반질환 환자) △제2군(심한 좌심실 확장을 보이는 남성) △제3군(류마티스성 판막 역류증을 보이는 여성) △제4군(저위험 고령자) △제5군(고위험 고령자)으로 구분됐다. 제1~3군은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들이었다.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제5군(고위험 고령자)이 83.4%로 가장 낮았다. 이어서 제3군(류마티스성 판막 역류증을 보이는 여성, 91.7%), 제4군(저위험 고령자, 95.6%) 순으로 낮아졌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환자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 표현군을 활용해 수술 후 사망을 예측했을 때 국제적 표준 위험도인 MIDA 점수와 비슷한 성능이 나타났다. 즉, 보편적인 위험성 예측 지표로서 잠재력을 가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가령 최소 동반질환 환자(제1군)는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98.5%로 매우 높아 무증상이라도 조기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반면, 동반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자(제5군)는 수술 후 1년 이내 10% 이상이 사망하므로 수술보다 경피적 시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곽순구 전문의는 "연구를 통해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들 내에서도 다양한 임상 군집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승표 교수는 "발견한 표현군의 임상적 특징과 예후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여 판막질환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의학저널 심장학회지(Heart)'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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