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정부는 왜 전기차에 보조금을 줄까

연선옥 기자 2022. 8. 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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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로에서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꽤 많이 보인다.

우선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국내, 국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지원된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부품사는 전동화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국내 중소 부품사이지만, 정작 전기차 보조금에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곳은 니켈·망간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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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선옥 기자

요즘 도로에서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꽤 많이 보인다.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새차를 살 때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편 결과다.

대표적인 정책이 전기차 구매 비용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올해 우리 정부가 편성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1조7190억원으로, 정부는 올해 20만7500대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심각해 전기차 보급 속도가 정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매달 1만대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고 대기 중인 전기차 주문도 상당하다.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의 정책 목표가 전기차 판매 촉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에 더해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수조원의 나랏돈을 투입하는 셈인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어떤 경제·산업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정교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해 어떤 정책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지 모호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면서 강조한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전기차는 주행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미래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면 관련 산업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주행할 땐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를 움직이는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전력이 필요하고, 국내 발전 과정에서는 상당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전기차가 친환경차라는 등식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큰 북유럽 일부 국가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국내 전기차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지금 정책 구조에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우선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국내, 국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지원된다. 국내에서 개발돼 생산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에 뿐 아니라 독일 업체가 개발하고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로 수입되는 메르세데스-벤츠 ‘EQA’에도 보조금이 지급된다. 전기차 보조금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키워주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부품 업체가 수혜를 입는 것도 아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부품사는 전동화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국내 중소 부품사이지만, 정작 전기차 보조금에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곳은 니켈·망간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이다.

단순한 구매 보조금을 살포하는 방식으로는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 손질에 나서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완성차 업체가 경쟁 우위를 갖고, 국내에서 더 많은 생산이 이뤄져 관련 고용이 늘어나도록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추가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굳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전기차 수요가 탄탄하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해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달 이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중국 업체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흐름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는 산업 변화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보조금 지급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표부터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우리의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 전환이란 흐름만 막연하게 추종하면서 모호한 정책 목표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연선옥 자동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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