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작가 "파친코 속 한국의 인간적 정서에 세계인들 보편적 공감"

김정한 기자 2022. 8. 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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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 '파친코' 재출간 기자 간담회
"역사 인식 없는 정체성은 빈 깡통"
파친코 기자 간담회(인플루엔셜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민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 '파친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는 한국 특유의 인간적인 정서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새롭게 출간한 소설 ‘파친코’가 더 충실한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가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새로운 번역을 통해 정, 한, 화해, 결속 등 정서를 담은 원작의 의미가 더 잘 전달되게 된 점이 기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통해 "파친코는 평생에 걸친 작품이다"며 "재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확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강점기를 겪었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감한 이슈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재일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연대기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숱한 역경과 시련을 당하면서도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에 정착하며 혐오와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다큐멘터리적인 소설이다.

그는 앞서 이 소설을 구상한 이유가 일본계 남편과 함께 일본에 머물던 시기에 차별받고 멸시 받는 '자이니치(재일한국인)'의 존재를 알게 된 충격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13세 자이니치 소년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파친코 탄생"

이 작가는 소설 탄생 배경에 대해 19세이던 대학 시절 백인 선교사의 특강에서 듣게 된 재일한국인 소년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졸업앨범에 "돌아가라. 김치냄새 난다. 죽어라" 등 폭언에 충격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13세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화나고,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는 기존의 그릇된 관념에 대한 일종의 저항 행동이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라며, 파친코도 세상을 흔드는 위험한 책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파친코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인은 각자 얼굴 뒤에 5000년 역사를 지닌 사람임을 이해하기 바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로서 전 세계 젊은이들이 관심을 지니고 있는 정체성은 역사 인식 없이는 빈 깡통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래서 파친코가 뿌리를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실만 나열한 지루한 역사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역사의 맥락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 "글쓰기를 통해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었다"

이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에 대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늘 쫓기는 삶보다는 뭔가 다르게 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 변호사로 활동 중 건강 악화로 인해 삶에 회의감이 들어 글쓰기로 전업했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에 비해 현재 자신을 비롯한 한국계 여성 작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류라는 시너지 효과가 있고, 이는 정부, 작가, 감독, 문화계 인사들의 노력과 성과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여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 수가 점점 늘어 작가들의 저변이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작가들에 관심은 아직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친코(인플루엔셜 제공). ⓒ 뉴스1

◇ "작가와 번역가가 소통해야 좋은 번역 나와"

이 작가는 새로운 출판사로 인플루엔셜을 선택한 이유는 작가에게 번역에 대한 의견 제시 기회를 많이 줌으로써 원문의 정확한 전달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원작의 1,2,3부 구조를 잘 유지했다고 세세히 인용구까지도 그대로 반영해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디어 변화 환경에 부합해서 인플루엔셜이 오디오북을 출간하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번역가는 작가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두 사람의 의사소통과 대화가 다른 언어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도 신승미 번역가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데 많이 할애하고 있다.

◇ "파친코, 세대 간 대화의 도구로 활용돼 기뻐" 이 작가는 독자들이 파친코를 읽어주는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많은 젊은이가 자신의 책을 읽고 이를 세대를 뛰어넘는 대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점이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인으로 'We are a powerful family.'라고 쓰는 이유는 '가족'만이 함께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인이 힘을 지닌(powerful) 민족임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한국인들은 현재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친코를 읽은 사람이 한국인이 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은 민족주의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공감대와 감정이입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찰스 디킨스를 통해 영국인이 되고, 레프 톨스토이를 통해 러시안이 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통해 미국인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보편성과 함께 각 지역이 가진 특성도 존중하기 때문에 사투리에도 들어 있는 정서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차기작은 교육 문제 다룬 '아메리칸 학원'"

이 작가는 인간들의 병폐를 개선하는 역할이 교육이라고 보고 현재 집필 중인 '아메리칸 학원'에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 계급 차별, 혐오 등은 인간 본성이 일부이며 다른 인간을 억압하고자 하는 것은 고질적인 병폐라고 지적했다.

또한, 차기작인 '아메리칸 학원'에서는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도 한국말로 '학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기서 학원은 단순한 '아카데미'가 아니라 순전히 한국적인 의미의 학원이기 때문이며, 외국인들도 한국을 이해하려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의 한국인에 관심이 있다며 재일한국인 북송 문제와 탈북민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유전적으로나 인종적으로 같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지역 갈등도 있고, 특히 한국과 북한은 엄밀하게 말하면 여전히 전쟁 상태라며 이러한 문제 대한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9일 오후 2시 교보문고 광화문점, 10일 오후 7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독자들을 만나 북토크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12일에는 수상자로 선정된 만해문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으로 향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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