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미국 세가지 잘못 저질러"..펠로시 대만 방문 맞선 군사행동 합리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낸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이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지난 7일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상황과 미국의 억지스러운 궤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8일 전했다.
왕 부장은 먼저 중국 내정을 거칠게 간섭한 것이 미국의 첫 번째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측은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고집대로 정부 3인자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안배했다”며 “이런 행위는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부장이 주장한 미국의 두 번째 잘못은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지지를 용인한 것이다. 왕 부장은 “어떤 국가든 국가 통일을 수호하며 분열 세력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대만 집권 민진당은 당 강령에서 독립을 추구하며 ‘두 개의 중국’을 만들려 하는데 미 하원의장은 공개적으로 그들을 지지·고무하며 분열 세력과 한패가 되고 중국 인민과 적이 됐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세 번째로 “미국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먼저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자신의 전략적 계략 실현에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며 “미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획책해 낡은 수법을 되풀이 하고 이를 구실로 지역 내 군사배치를 확대하려는 징후를 보이는 것에 각 측은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의 이런 주장은 대만해협 위기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 2∼3일 대만을 방문하자 4일부터 3일 동안 대만을 빙 둘러싼 형태로 6개 훈련 구역을 설정해 대만 상공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함과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드는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였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이 취한 조치와 확고한 입장은 정당하고 합리적·합법적이며 꼭 필요하고 적절한 것”이라며 “그 목적은 중국의 신성한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고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계략을 저지하며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려는 대만 당국의 환상을 분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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