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PGA투어를 찢었다!' 김주형 윈덤챔피언십 우승, 플레이오프 직행

방민준 2022. 8.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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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Anything can happen in golf)
어디 골프에서만이랴. 세상만사가 그렇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금언이 실감 나는 것은 그만큼 골프가 의외성이 많고 예측불허의 경기라는 뜻이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가라도 이런 소설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2021-22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런 시나리오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주형(20)이 디 오픈 컷을 통과하면서 그 전에 출전했던 US오픈(23위)과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3위)에서 쌓은 페덱스 포인트 덕분에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획득했을 때도 그는 한 명의 유망한 젊은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임시 특별회원 자격으로 3M 챔피언십(공동 26위), 로켓 모기지 클래식(7위)에서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그냥 주목의 대상에 불과했다. 첫 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범하면서 나머지 라운드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최악의 출발에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경기를 포기하고도 남을 순간에 무서운 뚝심을 발휘하며 나머지 17개 홀에서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를 잡으며 공동 23위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PGA투어에 샷 링크 시스템이 적용된 2003년 이후 3번째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낸 뒤 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선수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무서운 도약은 이어졌다, 2라운드에선 6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로 라이언 무어(39), 브랜드 우(25)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김주형이 무슨 일을 벌일 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설마'하며 눌렀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악천후로 두 차례가 경기가 중단된 3라운드에서 그는 임성재(24), 재미교포 존 허(32·한국이름 허찬수), 중국계 브랜든 우 등과 선두경쟁을 벌이다 공동선두 임성재와 브랜든 우에 한 타 뒤진 10언더파로 존 허와 함께 공동 3위를 지켰다. 



 



4라운드에선 아무도 못 말리는 폭주 기관차였다. 그가 좋아했던 영국의 애니메이션 '꼬마기관차 토마스 이야기(Thomas the Tank Engine & Friends)'의 주인공이 세지필드CC에 등장한 듯했다. 



그의 스코어카드는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었다. 전반에만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였다. 후반에 보기 1개와 버디 2개로 최종합계 20언더파로 공동 2위 임성재와 존 허를 5타 차이로 따돌리고 PGA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어질 3개의 플레이오프(페덱스 주드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 투어 챔피언십)에 대비해 일부 정상급 선수들이 불참했지만 윈덤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들의 마음은 매우 절박하다. 두둑한 상금이 걸린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우승 또는 상위권 진입, 페덱스 순위 상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들 틈에서 펼쳐진 그의 '폭주 쇼'는 요즘 유행하는 연예계 어법을 빌리면 'PGA투어를 찢었다'고 할 만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그가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명성을 날렸다고 하지만 2020-21시즌 5차례, 2021-22시즌 9차례 출전 이후 15번째 만에 거둔 PGA투어 첫 승의 가치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선수 9번째 우승자이자 PGA카드 없이 우승한 첫 한국선수라는 새로운 역사도 썼다, 이번 우승으로 바로 PGA투어 회원이 됨은 물론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이후 출생 선수 중 최연소(20세1개월18일)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PGA투어에서 1932년 이후 역대 최연소 우승자는 조던 스피스로, 2013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19세10개월14일의 나이에 우승했다. 김주형의 우승이 최연소 두 번째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주형은 자신만의 강점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PGA투어에서도 밀리지 않은 장타력, 아이언 샷 능력, 탁월한 퍼팅 감각,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강심장이 돋보였다.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은 비영어권 선수들의 부러움을 살만했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로 캐디와 동반선수들은 물론 미디어와도 막힘없는 소통을 가능케 했다. 캐디와의 섬세한 대화가 퍼팅라인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듯했다.



이런 경쟁력은 바로 그를 따라다니는 '노마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가축을 몰고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그는 부모를 따라 생활근거지를 옮기면서도 새로운 세계와 친화하며 원대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문을 두드리고 자신을 단련시켜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AIG여자오픈 연장전 우승 경쟁 끝에 준우승한 전인지 프로. 사진제공=Richard Heathcote/R&A/R&A via Getty Images

 



 



한편 같은 날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 이스트 로디언의 뮤어필드GC에서 열린 LPGA투어 2022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AIG 여자오픈(옛 브리티시 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인지(28)가 4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러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단독 선두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에 5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에 나선 전인지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를 기록, 부하이와 동타가 되어 연장전에 나섰으나 4차 연장전에서 보기를 범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인지까지 우승했다면 한국 남녀 골프가 PGA투어와 LPGA투어를 동시에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날이 될 뻔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골프에 여전사다운 자세를 갖춘다면 그의 그랜드슬램의 꿈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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