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26>교육 대전환

박은석 2022. 8. 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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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인공지능(AI) 튜터 도움을 받으면서 동료와 게임을 하듯이 학습을 즐긴다. 모든 교사는 학습자 한 명 한 명에게 딱 맞추어 학습환경을 제공하는 맞춤형 학습환경 디자이너가 된다. 모두가 방대한 지식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 탄탄한 지식기반을 갖추고, 그 위에 데이터·첨단기술·인문학 등 소양을 쌓아 올리고, 창의력·비판적 사고력·협력·소통 등 미래역량을 꽃피우는 교육을 받는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교육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무슨 꿈 같은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AI 메타버스 시대에 교육을 이렇게 바꾸지 않으면 어느 나라도 소득격차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교육 지각변동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과 솔루션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다. 어느 나라가 대전환을 가장 빨리 이루어낼지, 어느 나라가 뒤처질지만 남아 있다. 교육 미래상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상황에서 미래전략은 얼마나 빨리 AI 메타버스 교육으로 대전환을 이루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크게 다섯 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디자인하고 실천하자.

첫째 정부는 AI 메타버스 교육으로 대전환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 국정 과제로 노동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청와대는 최근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인력 양성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교육부도 만 5세 입학과 같은 해묵은 정책과제보다 훨씬 더 핵심적인 미래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곧 설립될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AI 메타버스 교육으로의 대전환에 정조준해 새로운 정책 틀을 제시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

둘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다. 우리 교육 난제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으면서 위기 수준까지 와 있다. 이제 실마리를 AI 메타버스에서 찾아야 한다. 예컨대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AI 메타버스 교육이 매우 유용하다. ECA(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는 팬데믹 이후에 10여 지자체 지역아동센터와 탈북학교 학생들에게 AI보조교사를 활용한 멘토 프로그램을 통하여 교육격차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 나아가 팬데믹으로 더욱 중요해진 지구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을 메타버스를 통하여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많은 교육감이 AI튜터를 활용하여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사실 교사 노력만으로는 팬데믹으로 더욱 벌어지고 있는 교육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AI보조교사가 교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우리 대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학생 감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많은 지방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학생 확보를 위하여 가장 유력한 대안은 해외 유학생과 평생 학습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유치하려면, 기존의 일방향 온라인교육이 아니라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흥미로운 메타버스 교육공간을 활용하는 AI 메타버스 교육을 도입하여야 한다. AI 메타버스 교육을 통하여, 대학은 학생 부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동시에 질 높은 평생학습이 가능해지고 해외 인재 확보도 쉬워지면서 국가적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학 위기를 예견하고 있었지만, 막상 대학 구성원은 위기에 직면하여야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대학에 AI 메타버스 교육을 도입할 적기일 수 있다.

교원의 역할이 전략의 핵심

셋째 AI 메타버스 교육이 얼마나 빨리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뿌리를 내릴지는 결국 교원들이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맡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교원에게 AI 메타버스 교육 도입은 본인이 교실에서 하였던 역할과 기능을 '180도' 전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말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에게 영어로 역사를 가르치라고 하면 바로 그렇게 하겠다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 AI 메타버스 교육이 전면 도입되면 교사는 강의보다 맞춤 학습환경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 변신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먼저 교원양성기관(교대와 사범대)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교사대는 인구구조 변화로 학생 수를 크게 줄여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교육을 한다는 핀란드는 모든 교사를 석사과정에서 양성하고 있다. 우리도 로스쿨과 같이 교대와 사대도 교육전문대학 체제로 전환해 모든 교사를 석사과정에서 양성해야 한다. 이제 교사는 교육 변화 주체로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명실상부한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활용에 친숙한 젊은 세대부터 새로운 교사상을 심어주고 학교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기존 교원에게는 풍부한 재교육과 계속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을 에듀테크 산업으로

넷째 AI 메타버스 교육은 결국 교사와 첨단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도입된다. 우리는 민간기업 교육 참여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공교육과 사교육을 엄격하게 분리해왔다. 민간기업 기술력 없이 AI 메타버스 교육은 도입될 수 없다. 이제 학교는 활발하게 민간기업과 협력하고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필자가 참여하는 전직 교육장관의 글로벌 기구인 '아틀란티스 그룹'의 에듀테크 정책에 관한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증거 기반을 강조한다. 특정 에듀테크를 교실에서 활용할 때 학생에게 어느 만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테스트베드 학교를 지정하는 등 실증기반을 구축하고 이에 근거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교사가 에듀테크를 잘 활용하도록 교사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교사 교육과 역량강화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에듀테크 활용을 교사 평가와 유인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는 에듀테크 시장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에듀테크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정보와 데이터 흐름에 장애가 많이 있다. 에듀테크를 구입하고 판매하는 당사자가 에듀테크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는 에듀테크 국가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에듀테크 활용과 개발의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배울 수 있는 시범학교 혹은 전시회 등은 물론이고 에듀테크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설치해야 한다.

혁신생태계의 조성

마지막으로, AI 메타버스 교육 도입을 위한 혁신생태계를 조성하여야 한다. 교육의 지각변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주로 의존해왔던 관 주도의 하향식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교사와 에듀테크 혁신가는 물론이고 학생, 기업, 비영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학교 현장에 접목하여 보고 효과에 대한 증거 기반을 쌓아가면서 AI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최적 교육체제를 만들어가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과 학교,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훨씬 더 많은 자율을 주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행정이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로 가면서 현장의 자율이 지나치게 제한되어서 변화의 동력이 꺼지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부 산하에서 분리시키고 초·중등 학교와 유아 기관은 운영 자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대학을 교육부가 강하게 통제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구조에선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출연연구원처럼 국무총리실에서 최소한의 규제와 조정 업무만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와 유아 기관은 먼저 사립부터 선진국의 사립처럼 자율을 기반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영국 아카데미나 미국 챠터스쿨과 같은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공립학교도 예산 지원은 하되 운영의 자율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 학교 자율을 확대하면서 학생 수에 따라서 재정지원을 하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책무성 강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끝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이 교육 혁신을 활발히 지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ESG를 통하여 기업이 교육 지각변동에 적극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필자 소개>

이주호 교수는 국회의원(2004-2008), 교육과학문화수석(2009), 교육과학기술부 장관(2010-2013)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미래학회 자문위원이며 글로벌재정위원회(The Education Commission)의 커미셔너 그리고 ECA(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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