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국가 경쟁력

변상근 2022. 8.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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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가 103억달러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15.6% 증가해서 3503억달러나 됐지만 수입액은 더 가파르게 증가, 3606억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 무역수지 적자의 핵심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9배나 늘어나 무려 879억달러에 이르렀다.

한국경제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크고 제조업에선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그래서 세계 10위 에너지 다소비국이면서 에너지의 약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불안과 공급망 문제로 경제에 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이지만 에너지 수급 불안이라는 더 치명적인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전력공급 능력 부족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여름철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잠그면서 세계적으로 심각한 겨울철 에너지 파동이 예고됐다. 난방과 발전용 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미리 겨울철 에너지 위기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의 한 축으로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탈피, 수요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수입 부담도 덜고 에너지 안보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서 필수 불가결한 조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속 가능 발전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기여도가 가장 큰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평가한 바 있다.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약속 이행이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추구는 역사적 흐름이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총회에서는 197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지구온도 상승폭 1.5도'를 재확인하고, 석탄발전 감축 및 메탄 등 비(非)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합의했으며, 현재까지 약 160개 국가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76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위하여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국가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는 등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 활용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촉진하고,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공정 혁신기술을 조기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탄소에너지를 개발하고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인 전략이지만 이러한 무탄소·저탄소에너지 공급 확대 과정에는 입지 확보, 송·변전 인프라 구축, 주민 수용성 등 제약이 많고 설비를 완공해서 에너지 생산을 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 에너지설비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수입액을 줄이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에너지 수요는 정체하거나 감소한 경쟁국과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에너지 원단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획기적인 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안 속에서 올해 3월 IEA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건물·수송 부문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도 지난 6월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이행에 착수했다. 인센티브를 통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 현장의 효율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 기업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혁신 자발적 협약을 통해 에너지원 단위 향상을 도모하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EERS)를 의무화할 계획이며, 가정 건물 부문의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위해 에너지 이용 행태 개선을 위한 에너지 캐시백 사업 전국 확대와 함께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기축 대형건물 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도 공공에서 민간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효율 향상을 위해 현행 단순 전비(電費) 표시제를 넘어 등급제로 강화하고, 현재 사각지대에 있는 중대형 승합·화물차에 대한 연비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온실가스 감축 핵심 수단이자 다양한 경제적 기대 효과가 큼에도 세계적으로 목표 달성이 지체되는 에너지 정책 분야로 평가되었다. 구조적 측면에서 점차 에너지소비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점진적 변화를 해 온 산업부문 에너지 기술, 한번 지으면 50년 이상 지속되는 건물, 쉽게 바꾸기 어려운 자동차와 교통 시스템 등이 효율 혁신을 가로막아 왔다.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 분야 투자의 경우 에너지 요금은 안정되면 축소되곤 했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위기와 기후위기가 동시에 덮치면서 에너지 효율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세계적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저효율 국가라는 자체 진단을 내린 우리나라도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만 탓할 것이 아니라 수요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대 효과를 누려야 한다. 에너지 수급 위기와 기후 위기가 동시에 세계를 강타하는 시기에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에너지 수요 효율화 대책이 실질적 성과로 현실화해서 에너지 비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sanghoonlee@energy.or.kr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 개요>

자료: 한국에너지공단

<필자 소개>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에너지 전문가다. 1970년생인 이 이사장은 대구 계성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세종대 대학원(기후변화정책학 박사)을 나왔다. 이후 에너지대안센터,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재생에너지 확산을 주도하기도 했다. 에너지공단에는 2018년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 1월부터는 에너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 공단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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