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화점서 산 340만원짜리 새 명품백에 남의 출입증이.. 루이비통 재판매 의혹

김은영 기자 2022. 8. 8. 0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반품 가방 검수 없이 고객에 되팔아
새 가방서 남의 물품 나오자 재판매 인정 "판매사원 개인의 실수"
가격은 수시로 올리는데, 검품 시스템은 미흡
전문가 "반품·교환품, 새 제품처럼 팔면 안 돼"

“백화점 명품관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에서 모르는 사람의 교회 주차장 출입증이 나오다뇨. 중고 가방을 산 거나 다름 없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반품된 가방을 검수 없이 고객에게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명품 플랫폼의 가품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본사 역시 엉성한 제품 관리로 고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태희(가명)씨가 최근 서울 중구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에서 구매한 루이비통 '뿌띠드 팔레' 제품. 유 씨는 새 제품을 구매했지만 가방을 열어보니 안에 타인의 교회 주차장 출입증(오른쪽)이 들어있었다./루이비통, 제보자 제공

◇새 루이비통 가방서 교회 출입증이... “중고 아닌가요?”

지난 6월 결혼식을 올린 유태희(가명) 씨는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명품관 루이비통 매장에서 양가 어머니들께 선물할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장모님께 선물한 344만원짜리 가방 안에서 교회 출입증이 나온 것이다.

유씨는 “어머니와 장모님, 아내의 가방 3개를 906만원을 주고 샀는데, 장모님께 선물한 가방에서 교회 출입증을 발견했다”라며 “찾아보니 일산에 위치한 교회 출입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중 누구도 해당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가방을 산 루이비통 매장을 찾아갔다.

가방 상태를 확인한 매장 직원은 “반품된 제품을 재판매했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 유씨에게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판매사원 개인의 잘못이니, 브랜드 차원의 보상이나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집안 어른들에게 드리는 선물인 만큼 확실한 정품을 파는 백화점 명품관에서 가방을 산 유씨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직원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꼈다.

유씨의 아내가 백화점 고객센터에도 문의했지만 “해줄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인들도 “명품은 원래 그렇다. 판매 직원과 잘 말해 푸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그는 지방에 계시는 어머니의 가방을 제외한 2개를 환불 받았다.

유 씨가 루이비통 가방을 구매한 서울 중구 한 백화점 명품관 매장 전경. /민영빈 기자

유씨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나 명품 플랫폼에서 10~20% 더 싸게 살 수 있었지만, 정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믿고 구매했는데 중고품을 산 셈”이라며 “브랜드 차원의 사과나 보상도 없이 판매사원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이비통코리아 측은 “본사에 확인할 부분이 있어 지금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운동화도 한 번 신으면 중고... “반품·교환품 새것처럼 팔면 안 돼”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이 반품된 제품을 검수 없이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한 백화점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판매한 317만원짜리 가방에서 마스크와 백화점 문화센터 수첩 등이 나왔고, 그해 5월에는 대구 백화점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에서 마스크와 고무 머리 끈이 나왔다.

당시에도 루이비통코리아는 유씨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태도로 피해 고객들에게 대응해 논란을 샀다. 재발 방지를 위해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달라는 피해 고객의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갑 중의 갑’이 된 명품 브랜드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명품 수요 급증으로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면서도, 정작 제품 관리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에서 구매한 가방에서 마스크와 문화센터 수첩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시크먼트 게시물 캡처

전문가들은 최근 명품 플랫폼의 가품 논란이 심화한 상황에서 반품된 제품을 검수하지 않고 되파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소비자는 “반품하는 과정에서 가품과 바꿔치기를 했을지 어떻게 아냐”며 “상품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본사에서 가방을 한 번 열어보지도 않고 되파는 일이 반복되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운동화 리셀(재판매) 시장에서도 한 번 사용한 제품은 중고로 치는데, 명품 매장에서 사용했을 수도 있는 제품을 정상 가격에 파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명품 매장에서 반품·교환 등으로 남이 쓰던 제품을 구매했을 때 구제 받을 방법은 없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최대한 명품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백화점들도 명품 매장은 대부분 임대로 운영돼 백화점이 나서서 고객의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다섯 차례 가격을 올렸다. 올해 2월에도 주요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8~26%가량 인상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1조4681억원, 영업이익은 177% 증가한 3019억원을 기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가 반품되거나 교환된 제품을 새것처럼 파는 건 고객과의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리퍼브(refurbished·반품·전시 제품을 손질한 상품)로 돌리거나 폐기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품·교환된 제품을 처리하는 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엄격히 지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