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검찰청을 가다]② "특허범죄는 시간과의 싸움".. 변리사·연구원 출신 검사 모인 대전지검

김종용 기자 2022. 8.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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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발전하며 범죄 수법도 진화"
세미나·간담회로 전문성 강화
수사권 조정 후 직접 수사범위 대폭 줄어
특사경·국정원과 수사 초기부터 협력해 범죄 대응

식품의약, 특허, 조세, 산업기술 유출 등 검사의 수사 영역에서 유독 전문성이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대검찰청은 일찌감치 전국 각 검찰청에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중점 검찰청’을 지정하고 수사 역량을 집중시켰다. 최근에는 각 중점청에 합수단 부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으로 무장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중점청 검사’들을 총 7회에 걸쳐 만나본다.[편집자주]

대전 서구 대전지방검찰청에서 특허범죄조사부 검사들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동기 검사, 정지은 부장검사, 정우준 검사, 서민우 검사./신현종 기자
스마트팩토리 설비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A법인은 2020년 1월 특허청 기술디자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B법인을 고소했다.
특사경은 해당 사건을 국내 영업비밀을 해외로 유출한 중요 사건으로 판단하고,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특허부)에 보고했다. 그러자 특허부는 즉시 주임 검사를 지정하고 수사 착수부터 송치까지 전 과정을 지휘했다.
중국에 소재한 일본 업체의 기술 개발 의뢰를 받은 국내 B법인은 C법인(A법인의 협력업체)을 통해 도면 등 기술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돌려 시제품을 만든 뒤 무역중개 업체와 함께 일본 업체에 수출·설치했다. 특사경은 지난해 7월, 검찰에 이들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특허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C법인과 무역중개 업체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과 사건 관계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이 특사경에 시제품 홍보 이후 수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거짓 진술한 사실을 알아냈다. 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최종적으로 작년 12월 2명을 구속 상태로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특허 범죄가 늘고 있다. 이커머스 장벽이 낮아지면서 온라인 유통 위조 상품 규모가 급증하고,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들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지식재산권(IP) 침해 분쟁도 격화하고 있다.

특허 기술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관련 범죄 수사 노하우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인 대전지검은 특허청의 기술디자인·상표 특사경, 문체부의 저작권보호 특사경과 함께 움직인다. 피해가 광범위하고 업계에 영향이 큰 기술 침해 사건의 경우, 특허부가 직접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례로 중국의 ‘국가 해외 고급인재 유치 계획’에 따라 외국인 전문가로 선발된 국내 대학교수가 자율주행 차량 라이다(차량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센서) 간섭 현상을 제거하는 첨단 기술 연구자료를 중국 대학 연구원들에게 유출한 범죄를 직접 수사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불복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체부 특사경과 대전지검 특허부로부터 압수된 방송송출 설비. 스카이라이프 셋톱기기·인코더(왼쪽), 서버용 PC./대전지검

◇전문성으로 무장한 검사들… 진화하는 특허범죄 ‘엄단’

한국은 특허 출원 건수 기준 세계 5위권의 IP 강국이다.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대검찰청은 창의적 발명의 근간인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 11월 대전지검을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하고, 2018년 2월 특허부를 설치했다.

대전과 세종이 특허법원과 특허청, 중소벤처기업부, 카이스트(KAIST), 국공립 연구소, 사기업 연구소가 밀집된 지식재산 분야 중심지라는 점도 대전지검을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대전지검 특허부에는 전문성과 수사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 포진해 있다. 특허부는 특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저작권법, 영업비밀 사건을 중점적으로 수사하는데, 지식재산 관련 법리 및 기술 지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정지은(사법연수원 34기) 부장검사는 지난 1일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지식재산권 범죄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특허권,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등 여러 요건을 분석하고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으면 수사 판단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일반 사건과 비교하면 수사 검사의 전문성에 따라 신속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허를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허부는 지식재산권 전문 검사이자 저작권 분야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를 취득한 정 부장검사를 필두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정우준(38기) 검사,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삼성전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홍동기(변호사시험 2회) 검사, 변리사 출신 서민우(4회) 검사로 구성됐다.

특히 정 부장검사는 카카오톡 특허법 위반 피고소 사건과 효성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토렌트 이용 저작권법 위반 사건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 범죄를 처리했다. 그는 2010년 지식재산권 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 표창을, 2013년에는 저작권 업무 유공으로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검찰 내에서 지식재산권 범죄 수사 실무(초판)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정 검사는 PC방 설치 프로그램을 악용한 연관검색어 조작·개인정보 탈취 사건, 온라인 음원사이트 이용료 사기 사건, 숙박중개앱 개인정보 유출 관리자 책임 사건 등을 수사했다. 첨단범죄 전문가인 그는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에도 참여해 디지털포렌식과 데이터베이스(DB) 분석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 책임연구원으로 9년 가까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홍 검사는 “기술 분야 지식과 함께 지식재산권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마음이 끌리고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발명을 포함해 1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한 경험도 있다.

변리사 출신 서 검사는 최근 KAIST 지식재산전략최고위자과정(AIP)을 수료했다. 2020년에는 검찰 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 표창을, 작년에는 부정경쟁행위 방지 업무 유공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앞서 소개한 스마트팩토리 분야 첨단기술 유출 범죄도 서 검사 손을 거친 사건이다.

과거에는 유형 자산에 대한 침해 범죄가 주로 발생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무형 자산까지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기존에는 웹하드를 통한 1대1 침해 범죄가 발생하다가 이제는 토렌트(파일 공유 프로그램)나 유튜브 등 공유 기술이 발전하면서 침해 방법도 다양해지는 상황이다.

특허부는 지난 5월, 중국인이 한류 콘텐츠를 6년 동안 전 세계에 불법 송출한 저작권 침해 사범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60대 남성 A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B씨와 공모해 2016년부터 6년 동안 자신의 집에 스카이라이프 셋톱기기 28대, 컴퓨터 3대, 인코더(방송신호 변환 장치) 2대 등 방송 송출 설비를 구축한 뒤 국내 방송을 녹화해 이프이패드(EVPAD) 불법 스트리밍 서버 운영자에게 판매했다. 이들이 판매한 방송 콘텐츠는 무단으로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에 송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 특사경은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특허부에 보고했다. 특허부의 지휘를 받은 특사경은 올해 2월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4월에는 A씨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후 특허부는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B씨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체포영장을 받아냈고, A씨를 구속기소하는 한편 B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 서구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 검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동기 검사, 정지은 부장검사, 정우준 검사, 서민우 검사./신현종 기자

◇특허범죄 송치 건수 증가… 제도 개선 시급

특허부 검사들은 “특허범죄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수사가 늦어질수록 해당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개발되고 시장을 잠식하는 등 그 여파를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특허범죄는 검사들에게 부담스러운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신속한 판단을 필요로 하지만 기술의 유사성이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허범죄 사건을 경험한 검사들은 특허범죄 사건 1건을 처리하는 데는 일반 형사 사건 30건 이상을 처리하는 수고와 노력이 투입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전지검은 특허기술 변론 절차를 도입했다. 기술 유출이나 특허법 위반 등 고도의 기술적 쟁점이 포함된 사건에서 양쪽 당사자가 검찰청에서 공개 변론을 벌이는 신속 처리 제도다. 현재까지 48회의 변론 절차가 진행됐다.

정 검사는 “특허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대표이사 등은 기술의 세부적인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변론 절차에 실무자들이 참여해 설명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쟁점을 정리한다”며 “피의자 신문과 기술 자문, 대질 조사 등을 한 번에 끝내 사건 처리 속도가 월등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홍 검사도 “지식재산권 범죄라는 게 권리자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의 피땀을 녹여서 만든 것인데 이를 침해당하고 적시에 구제가 안 되면 피해가 굉장히 크다”며 “예전에는 특허심판원 심결과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시한부 기소 중지를 해서 보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제는 전문성이 쌓여 민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검에 따르면 특허부에는 연간 1200~1400건(특허, 실용신안, 상표권, 디자인, 부정경쟁, 영업비밀, 저작권)이 넘는 사건이 접수된다. 작년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접수 사건이 약 5% 정도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567건이 특허부에 몰렸다.

이렇다보니 협업은 필수다. 특허청은 특허수사자문관(심사관·심판관 경력자) 6명을 대전지검에 파견했다. 고도의 기술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지식재산 분야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자문을 제공한다. 자문관은 최초 4명으로 시작해 전국에서 자문 요청이 증가하면서 2020년 4월부터 6명으로 증원했다.

정 부장검사는 “특허범죄 사건을 수사하면 한 건당 영업비밀이 1000개가 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파일 하나당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요건을 세세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자문관이 6명뿐이고 그중에서도 2명은 비공식 파견으로 운영 중이라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가 ‘영업비밀 유출’로만 제한돼 수사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 정 검사는 “때로는 영업비밀 요건에 미달돼 유출 혐의로 처벌할 수 없지만 업무상 배임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배임 혐의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는 범죄가 됐기 때문에 적시에 필요한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는 하나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동시에 벌어진다. 그런데 (통상 고소인측은) 그 범죄를 한꺼번에 고소한다”며 “고소장을 받으면 우리가 (수사) 할 수 있는 걸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건을) 특사경에 보내려고 해도 그쪽도 수사 범위가 한정돼 있어서 나머지는 경찰로 보내야 한다. 한마디로 절차가 매우 복잡해졌다”고 했다.

검찰은 2019년부터 지식재산권 사건 중 법적·기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전국 검찰청으로부터 이송받아 대전지검에서 수사한 후 관할 법원에 직무대리 기소를 하는 방식의 ‘전문사건 직무대리 기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건 당사자들이 동의해야 전문사건 이송이 가능하고, 전문사건을 이송하더라도 관할 문제로 강제 수사에 한계가 있다. 즉 특허부가 직무대리로 사건을 기소하더라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법원을 직접 오가며 공소유지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특허부는 특허청·문체부 특사경 수사→대전지검 기소→대전지법 1심 재판→특허법원 2심 재판으로 이어지는 ‘지식재산권 범죄 형사사건 관할 집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허 범죄는 수사기관과 재판부 모두 고도의 전문성이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는 대전지검과 대전지법에서 사건을 맡아 사건 처리의 효율성이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특허부 검사들은 기술 유출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에 대해 사전 관리를 강화하거나 보호체계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서 검사는 “검찰이 특허범죄를 사후적으로 수사해서 처벌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사를 하다 보면 사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기업 관리자들이 보호 체계를 갖추는 등 ‘특허 관리’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실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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