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산물 수난시대

김윤호 2022. 8. 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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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과 저녁을 먹으러 동네 삼겹살집을 찾았다가 1인당 상추 개수를 5장으로 제한해 지급하는 진풍경을 마주했다.

식당 주인은 "상추값이 너무 올라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상추값 상승은 올해 극심한 봄가뭄에 이어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데다 이후 장마까지 겹치는 등 이상기후에 상추 생육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져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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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과 저녁을 먹으러 동네 삼겹살집을 찾았다가 1인당 상추 개수를 5장으로 제한해 지급하는 진풍경을 마주했다. 식당 주인은 “상추값이 너무 올라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며칠 뒤 찾은 횟집에선 상추 대신 깻잎만 기본 쌈채소로 제공됐다. 상추와 비슷한 효용을 주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깻잎이 ‘대체재’로 기용된 탓이다.

상추값 상승은 올해 극심한 봄가뭄에 이어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데다 이후 장마까지 겹치는 등 이상기후에 상추 생육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져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상추 재배면적·생산량 감소를 불러왔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강원 강릉 일대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상추가 총채벌레의 습격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폭염에 활동이 왕성해진 총채벌레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상추의 잎은 전부 바짝 쪼그라들어 있었다. “요새 상추값이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이미 다 망가졌는데요”라며 한숨 쉬는 농가들이 부지기수였다. 일찌감치 상추 모종을 사다놨지만 심어봤자 결국 또다시 벌레가 생길 것 같아 고민 끝에 올해 농사를 접기로 했다는 하소연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상추 수확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야 가격안정이 이뤄질 텐데, 요원하게 느껴진 탓이다.

지난달초엔 여름감자 주산지인 강원 춘천과 양구 일대에서 감자 수확량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해 농가들이 눈물짓기도 했다. 장마에 폭염이 겹치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감자가 일제히 썩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시세는 평년보다 올랐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반면 농민들은 “감자값이 좋아도 작황이 안 좋아 내다 팔 감자가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생산자, 소비자 할 것 없이 이래저래 ‘농산물 수난시대’를 겪고 있는 것이다. 과거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시절 고기값이 비싸다고 느껴질 때면 공짜인 상추를 두세장 겹쳐 한 쌈 입에 밀어넣으며 배를 채우곤 했는데 다 옛말이 됐다.

한편 반가운 소식도 하나 들린다. 강원도청이 카카오메이커스 등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1년 만에 56억원어치의 농산물을 판매했다고 최근 발표한 것. 도는 시·군과 협력해 택배비를 전액 지원하고 온라인 플랫폼은 수수료를 최소화하며 농가에 최대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한 덕이다. 이상기후야 어쩔 수 없겠지만 앞으로도 이들의 시너지가 농가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되길 기대한다.

김윤호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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