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라꽃들의 전쟁

2022. 8. 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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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상징은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를 대신하는 표상이다.

특히 국가상징 가운데 나라꽃은 기호로 만들어진 국기(國旗)와 달리 꽃이라는 특성 때문에 세계인의 호감을 끄는 데 유용하다.

일본사쿠라회는 이렇게 공원을 조성한 국가에 벚꽃축제를 열고 친선사절단까지 파견하는 등 꾸준한 관리에 힘쓰고 있다.

세계에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한 국가는 우리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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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상징은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를 대신하는 표상이다. 특히 국가상징 가운데 나라꽃은 기호로 만들어진 국기(國旗)와 달리 꽃이라는 특성 때문에 세계인의 호감을 끄는 데 유용하다. 실제로 영국(잉글랜드)의 장미나 네덜란드의 튤립은 나라를 알리는 역할을 넘어 관광 자원으로까지 활용돼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쾨켄호프 지역에서는 매년 3월말부터 5월 중순까지 튤립을 주제로 세계 최대 꽃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는 ‘유럽의 봄’ ‘유럽의 정원’으로 불리는데 세계인에게 새로운 봄의 시작을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만족감을 전달한다. 1950년에 처음 열린 뒤로 70년을 훌쩍 넘어 성황 중이다.

그런가 하면 나라꽃은 자국의 문화 영토를 넓히는 데도 쓰인다. 일본의 벚꽃이 대표적이다. 1912년 일본은 미국 워싱턴D.C.에 양국 우호를 명분으로 3000그루의 벚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미국 수도에서 매년 성대한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는 1930년대 캐나다 밴쿠버에 500그루 벚나무를 처음 기증한 이래 식재를 지속적으로 했다. 1990년에 이미 밴쿠버 시내 가로변 나무의 약 36%가 벚나무 계통 나무들로 조성됐을 정도다.

이처럼 일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계 각지에 벚꽃을 피우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일본 중의원 의장이 회장으로 있는 ‘일본사쿠라회’의 경우 국제 교류를 명분으로 전세계 63개국에 벚나무를 기증해 공원을 조성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본사쿠라회는 이렇게 공원을 조성한 국가에 벚꽃축제를 열고 친선사절단까지 파견하는 등 꾸준한 관리에 힘쓰고 있다.

반면 나라꽃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사례도 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은 본래 튀르키예(터키) 나라꽃이다. 튤립의 어원도 ‘터번’의 뜻을 가진 터키어 ‘뒬벤드(Tulbent)’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네덜란드 나라꽃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2006년부터 뒤늦게나마 튤립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있다. 그럼에도 튤립 하면 연상되는 나라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눈길을 돌려 국내 사정을 살펴보자. 우리 무궁화의 현황은 어떨까? 광복 이후 정부 주도로 국내에 심은 무궁화가 3000만그루가 넘지만 관심을 끌 만한 대표적인 관광자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에 무궁화를 심어 조성한 공원도 찾기 어렵다.

세계에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한 국가는 우리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의 나라꽃과 미국의 자치주인 하와이를 상징하는 꽃이 무궁화다. 세계적 관광명소인 하와이는 이 꽃의 문양을 새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당연히 상품에 사용된 꽃문양은 하와이를 상징하며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유통되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무궁화 형상이 대한민국 국가상징 무궁화가 아닌, ‘하와이 무궁화’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혹시 세계인이 ‘무궁화’와 ‘하와이’를 동일시하고, 그로 인해 무궁화로 연상되는 지역이 대한민국이 아닌 하와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기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무궁화 선양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시선을 넓혀 ‘케이(K)-무궁화’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나라꽃 전쟁 중이다.

김영만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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