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통증·절뚝거림..'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의심을

이문수 2022. 8. 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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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스테로이드·과음 위험인자로
초기엔 방사선촬영에 안 잡혀
약물·물리치료 증상개선 효과
심하면 인공고관절 삽입 고려
쪼그려앉기·양반다리 피해야
 


강원 횡성에서 축산을 하는 노승택씨(54)는 몇달 전부터 사타구니에 통증이 심해져 일하는 것은 물론 바닥에 앉는 것도 어려워졌다. 동네 주민은 노씨가 절뚝거리며 걷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는 그간 엉덩이뼈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해 주사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답답해했다. 아들의 권유로 전문의와 상담한 노씨는 통증 원인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인 것을 알게 됐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수술이 필요한 고관절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터라 병을 키우거나 척추질환에 따른 통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관절 통증이 발현됐다면 괴사 진행 중일 수도=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무릎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관절이다. 골반과 대퇴골(허벅지 뼈)을 연결하며 체중을 지탱하고 걷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관절을 포함한 관절 부위는 산소와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 그런데 대퇴골의 상단 부분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 괴사가 발생하는데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 한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가지와 잎까지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나무가 죽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괴사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사용과 과음이 가장 흔한 위험인자로 알려졌다.

질환 초기 방사선 촬영에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평상시 느끼는 증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통 사타구니와 엉덩이 부위 통증이 잘 나타나고 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이 어렵다. 또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한 자세로 오래 있다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증상에도 오랫동안 방치하면 절뚝거리며 걷고, 걷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수면장애로까지 이어져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치료법은=질환 초기라면 약물·물리 치료 같은 보존치료로 증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존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이미 고관절 손상이 상당히 진행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고관절 치환술이란 손상된 대퇴골두를 제거한 후 인체에 해가 없는 성분으로 제작한 인공고관절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인공관절 재질이 일부 플라스틱이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 세라믹 도자기 재질을 사용하며 인공관절 수명이 30∼40년으로 늘어났다.

인공고관절 치환술은 꽤 까다롭다. 감염, 탈구, 수술 후 다리 길이 차이, 골반의 불균형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수술하는 의사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수술 방법, 인공관절 임플란트의 선택, 그리고 수술장 환경이 중요하다. 고관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구경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고관절과 척추질환의 연관성, 고관절 전문가와 상담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고관절 통증은 척추 이상에서도 발현될 수 있으나 척추를 치료한 후에도 통증이 지속한다면 치료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괴사한 부위의 재생이 불가능하고 뼈가 허물어지면서 대퇴부 안쪽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만큼 고관절 전문의에게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관절질환 예방에 있어 피해야 할 자세나 동작이 있다. 바닥에 쪼그려 앉는 것, 양반다리를 하는 것은 고관절에 부담이 많이 가해지는 자세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앉아서 일해야 한다면 낚시의자처럼 낮은 의자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과한 각도의 스쿼트운동도 피해야 한다. 스쿼트운동은 근육을 단련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비구와 대퇴골두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어 고관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기사 자문 : 구경회 서울대분당병원 교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교과서를 집필하였으며, 현재 전 세계 정형외과 의사들의 교과서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 미국 관절수술학술지의 편집 위원으로 위촉됐고 국제무혈성괴사학회(ARCO)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구 교수는 9월부터 제일정형외과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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