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대역전극 지한솔 "경기 후반 자신있었어..다음주는 편히 쉴 것"
[애월(제주)=뉴스엔 이태권 기자]
막판 대역전극을 펼친 지한솔(26)이 밝게 웃었다.
지한솔은 8월 7일 제주 애월읍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9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최예림(23)을 1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특히 지한솔은 이날 선두 최예림(23)에 3타 뒤진 15번 홀(파5)부터 막판 4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는 괴력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경기를 마치고 지한솔은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우승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너무 기분이 좋고 정말 기다려왔던 우승이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짜릿한 대역전극이었다. 이번 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경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타수를 줄일 뜻을 밝히며 15번 홀(파5)에서는 꼭 버디를 잡아야하고 17번 홀(파4)에서는 주의해서 경기를 펼쳐야 할 주요 홀로 꼽기도 했다. 그리고 지한솔은 이날 그가 꼽은 승부처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정상에 올랐다.
지한솔은 "챔피언조에서 함께 최예림을 쫓은 (박)현경이와 이날 전반에 부진해서 후반에 조금 힘을 내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후반에 좋아하는 홀이 남아있어 나름 자신있었는데 15번 홀(파5)에서 버디 퍼트가 들어가고 16번 홀(파3) 퍼트도 떨어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마지막 홀 세컨 샷 이후 우승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9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홀 컵 50cm거리에 가깝게 붙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한솔은 이날 우승의 비결로 퍼팅을 꼽았다. 그는 "평소 5~10m 거리의 퍼트 연습을 많이 한다. 덕분에 15번 홀과 16번 홀에서의 4.5m 버디 퍼트를 넣을 수 있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퍼트를 자신있게 하자고 마음먹고 템포에 신경썼더니 잔동작이 없어져 퍼팅을 깔끔하게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한솔은 "사실 17번 홀에서 성공시킨 12m 버디 퍼트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공이 지나가는 라인이 확실하게 보여 자신있게 한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지한솔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출전한 17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 포함 9번째 톱10에 입상하는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한솔은 "저도 제 활약이 놀라운데 골프가 잘 돼서 올해 너무 재밌다. 특히 작년에 비해 비거리가 늘어난 덕분에 샷도 자신있게 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성적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지한솔은 지난 5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5차 연장 끝에 정윤지(22)에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쳤다. 이에 대해 지한솔은 "주변에서 아쉽겠다고 말했는데 사실 E1 채리티 오픈때 오히려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했던 시속 게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만족할만한 재미있는 골프였다"며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보다 경기 내용에 흡족함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우승에 크게 연연하지않는 지한솔이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메인 스폰서가 그의 우승 욕심을 자극했다. 그는 "이번 주에 앞서 휴식기동안 후원사인 동부건설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올 시즌 우승을 거둔 (장)수연 언니와 (조)아연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받는 것을 보고 우승 욕심이 불타올랐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지한솔은 또 하나의 징크스를 벗어던졌다. 이번 대회 전까지 KLPGA투어 통산 2승을 기록한 지한솔은 2번의 우승 모두 사우스스프링스에서만 거뒀다. 이번 대회를 통해 다른 코스에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인 지한솔은 "사실 엘리시안이 저랑 맞지 않는 코스라고 생각해서 예선만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우승을 거두게 되서 이제는 다른 대회에서도 자신감있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지한솔은 "올 시즌 1승을 거뒀기때문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설명하며 "작년에 한화 클래식에서 잘쳤던 기억이 있으니 한화클래식에서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어느덧 투어 8년차를 맞은 지한솔은 올 시즌 골프와 일상생활의 균형인 '골라밸'도 적절히 섞는 여유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죽어라 공만 쳤는데 올해는 쉴 때 쉬고 연습할때는 집중적으로 하면서 효율적으로 훈련했다. 몸상태에 따라 컨디션이 안좋을때는 훈련을 거르기도 했다"고 밝히며 "최근 대학교 졸업을 했다. 그 외에 여유시간에는 넷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우승 세리머니로 최근 화제가 된 '우영우 인사법'을 따라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한솔은 이번 대회까지 올 시즌 열린 KLPGA정규 투어 17개 대회를 모두 소화했다. 그는 "물 들어올때 노를 저어야한다고 전반기에 체력이 많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가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하며 "사실 다음주는 올 시즌 처음으로 쉰다. 오늘 우승으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홀가분하게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사진=지한솔/KLPGA투어)
뉴스엔 이태권 ag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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