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4년 후 발사할 ‘낸시 그레이스 로먼’ 망원경, 인간이 살 행성 찾을까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2022. 8.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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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 36인치 망원경부터 지난달 우주 사진 보내온 제임스 웹까지
천문 관측 망원경 덕에 우주 팽창 ‘빅뱅’과 초기 우주 모습 알게 돼
1990년 발사 허블은 138억년 우주 나이 알려주고 수천개 은하 발견

지난 7월 12일, 제임스 웹(James Webb) 망원경이 보내온 다섯 장의 사진이 세계를 열광시켰다. 무려 25년간의 준비 기간과 13조원에 이르는 개발비는 모두 허블(Hubble) 망원경을 대체하며 발생했다. 이렇게 큰 노력과 자원이 필요한 망원경의 매력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망원경(望遠鏡·telescope)은 단순히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과거를 보여준다. 이처럼 우주를 보는 망원경은 인류의 시야를 시간과 공간이 결합한 시공간(時空間)으로 확장했다.

1848년 1월, 야심만만한 사업가 제임스 리크(James Lick)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 당시 미국이 이 지역의 지배권을 두고 멕시코와 전쟁 중이라 사업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일주일 뒤,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금이 발견된다. 다시 한 달 뒤 미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들며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금을 찾아 나섰지만, 제임스 리크는 부동산을 사 모았다. 몰려든 사람들로 집값이 폭등하자, 그는 금맥을 캤던 누구보다 많이 벌었다.

/그래픽=김하경

부동산 재벌이 된 제임스 리크는 허탈해졌다. 그는 젊은 시절 사랑하던 방앗간 집 딸 사이에 아들을 낳았지만, 가난에 결혼도 못하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무려 20만달러나 들여 대리석으로 방앗간을 지었다. 보란 듯이 성공했지만, 방앗간 주인도, 사랑하던 그녀도 사망한 뒤였다. 아들을 데려와 방앗간 사장으로 앉혔으나, 아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그러자 이번에는 쿠푸왕보다 더 큰 피라미드를 세우려고 했다. 보다 못한 그의 친구 천문학자 조지 데이비드슨(George Davidson)은 의미 있는 일을 권유한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대형 망원경 제작이 그것이다.

이렇게 1874년 시작된 36인치 망원경은 사상 최대의 천문 관측 프로젝트였다. 거대한 렌즈는 파리에서 깎았다. 그런데 운반 도중 깨져서 다시 만들었다. 다시 만든 렌즈 역시 운반하다 깨졌다. 제임스 리크는 결국 천문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1876년 사망하고 만다. 이 망원경은 18번의 실패 끝에 1887년에야 겨우 완성된다. 망원경의 완성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의 유언에 따라 유해는 망원경 아래에 묻혔다.

제임스 리크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 대형 망원경 열풍을 일으킨다. 1897년 시카고 근처 여키스(Yerkes) 천문대에 40인치 망원경이 설치되며 제임스 리크의 세계 기록을 넘었고, 이 기록은 다시 1908년에 로스앤젤레스 인근 윌슨산(Mount Wilson) 천문대에 설치된 60인치 망원경으로 갱신된다. 1917년에는 무려 100인치 망원경이 윌슨산 천문대에 설치된다. 그리고 이 100인치 망원경이 천문학 역사를 바꾸었다.

1923년 윌슨산 천문대의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거리가 90만광년이라고 발표하자 학계가 발칵 뒤집힌다. 우리 은하 지름이 10만광년이므로, 이것보다 먼 거리라는 것은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이고, 우리 은하 역시 거대한 우주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후 허블은 우리 은하 바깥에서 수많은 은하를 찾아낸다. 그러다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이들 은하가 계속 멀어지고 있다는, 즉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는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으로, 여기서 빅뱅(Big Bang) 이론이 탄생한다.

하지만 관측 결과에 따라 우주의 나이는 100억년과 200억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제대로 알려면 훨씬 더 먼 곳을 볼 수 있어야 했다. 지구상에서는 이 오차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논쟁을 종식할 망원경이 1990년 우주로 발사되었다. 망원경의 이름은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따 허블 망원경으로 붙여졌다. 하지만 발사 직후 결함이 발견되었고 여러 논쟁 끝에 NASA는 우주왕복선을 보내 수리하기로 한다. 곧 정상적인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지만, 천문학적 비용의 허블 망원경은 여전히 논란거리였다.

1995년 허블 망원경이 보내온 사진으로 반전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빈 공간에서 수천 개의 은하를 추가로 발견한 것이다. 깜깜한 공간은 먼 우주이고, 먼 우주는 오래전 모습이라 희미하다. 희미한 우주를 촬영하려면 오랜 시간 렌즈를 노출해야 하는데,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던 일을 성공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주 역사에 대한 시야는 먼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이를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라고 부르게 된다. 이후 허블 망원경은 4번에 걸쳐 대대적인 수리를 거치며, 더욱 먼 곳을, 더 오래전 우주 모습을 보여주었고,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으로 정리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후속 망원경에는 훨씬 먼 과거를 보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것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제임스 웹 망원경이다.

빛은 1초에 2억9979만2458m를 날아간다. 다시 말하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1m 앞의 물체는 사실 0.000000003초 전의 모습이다. 달은 1.3초 전의 모습이고, 태양도 8분 전의 모습이다. 15만광년 떨어진 마젤란 성운은 15만년 전의 모습이다. 아마 마젤란에 고등생물이 살고 있다면, 그들은 15만년 전 우리 호모사피엔스 초기의 지구를 보고 있을 것이다. 현재 NASA는 더 멀리 보기 위해 제임스 웹을 이을 후속 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허블 망원경 프로젝트를 추진한 여성 과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먼(Nancy Grace Roman)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2026년 발사 예정으로,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외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는지 등을 관측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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