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24] 히로시마, 나가사키

강헌 음악평론가 2022. 8.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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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la Gay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1980)
Enola Gay,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1980)

1945년 8월 6일 아침만 해도 히로시마는 인구 35만으로 일본에서 여덟째로 큰 도시였다. 일본 해군의 전략 거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미 공군의 공습을 받지 않은 행운의 도시였다. 바로 그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무기가 투하되는 이유가 된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슬리 그로브스 소장이 이끄는 ‘원자폭탄 목표지 선정위원회’는 이 가공할 무기가 초래할 피해를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야만 ‘1억 총옥쇄’를 외치며 본토 결전을 부르짖는 일본 군부 강경파로 하여금 항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후보로 올린 도시는 교토와 히로시마. 하지만 교토에 신혼여행을 간 적이 있는 전쟁성 장관 헨리 스팀슨이 일본 문화의 정수인 교토를 파괴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바람에 제1타깃은 교토에서 히로시마로 바뀌었다. 사흘 뒤인 8월 9일 여전히 일본 지휘부가 항복을 미적거리는 바람에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지게 되는 나가사키는 더욱 불운하다. 티니안 기지를 이륙할 때만 해도 타깃은 나가사키가 아니라 고쿠라였다. 그러나 그날 오전 고쿠라 상공의 짙은 안개가 고쿠라시를 살린다. 기장 스위니 소령은 타깃을 20분 거리의 나가사키로 바꾸었고, 역시 구름이 잔뜩 끼어있던 나가시키는 B29 편대가 도착할 즈음 구름이 걷히는 불운을 맞이한다.

커밍아웃한 게이의 클럽송으로 오인된 적이 있는 노래가 있었다. 사실 가사도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끼워맞춰진다. “에놀라 게이/ 어머니는 오늘 꼬마 소년을 자랑스러워할까?/ 네가 건넨 키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에놀라 게이/ 이렇게 끝낼 필요는 없었어…(Enola Gay/ Is mother proud of little boy today?/ Ah-ha this kiss you gave/ It’s never ever gonna to fade away/ Enola Gay/ It shouldn’t ever have to end this way…)”.

에놀라 게이는 히로시마 폭격기 기장인 폴 티비트 대령이 자신의 B29에 새긴 애칭이며 다름 아닌 자신의 엄마의 젊은 시절 이름이다. 그리고 꼬마 소년(little boy)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애칭이자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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