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천500' 美中기업 덩치 경쟁, 한국은 대기업 옭아매기만 할 건가
'포천 500대 기업'에서 중국 기업의 매출 총액이 처음으로 미국 기업을 추월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중국 기업(홍콩 포함) 숫자가 2020년부터 3년 연속 미국 기업 수를 제친 데 이어 이제는 매출까지 넘어섰다. 기술·자본집약적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대표 기업들의 동태는 갈수록 더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힘든 환경인데도 올해 포천 500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9%와 88% 증가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기술 경쟁을 주도한 결과다.
포천이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은 올해 136곳이 포함돼 매출의 31%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은 124곳이 포함돼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약진한 데에는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6.4%로, 1년 전에 비해 14.9%포인트 급등했다. 이에 비해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5.8%로 9.1%포인트 급락했는데 여기에는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대표급 기업들의 기술전쟁 승패에 따라 나라 운명도 좌우될 판이다 보니 이제 미국도 반도체 산업에 예산 364조원을 지원할 정도로 전략기술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재벌 개혁' '대기업 특혜'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심지어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는데 "물값 더 내라"며 막아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태는 어이없다.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를 지정해 기업 경영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제도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198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 옭아매기 정책이다. 지금 같은 개방경제 시대에는 국가대표급 기업과 기업인을 어떻게 지원·육성하고 이들을 국가적 영웅으로 대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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