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김현, 뒤늦게 꽃피운 재능 '인생역전'..서른, 잔치가 시작됐다

황민국 기자 2022. 8. 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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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김현이 지난 7월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대구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 대표 출신 프로에서 긴 침묵
2년 전엔 K3리그 밀려나 힘든 시간
작년 인천서 7골 ‘반전 활약’ 이어
올해는 수원FC서 연일 득점 행진
“팬들 위해 ‘10골의 벽’ 넘고파” 각오

축구는 늦깎이 스타가 드물다. 재능있는 선수도 어릴 때부터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시행착오를 견디기도 전에 축구화를 벗는 일이 흔하다. 고교생 K리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올해 뒤늦게 꽃을 피운 김현(29·수원FC)의 활약상은 그래서 더 반갑다.

김현은 지난 6일 수원 삼성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린 그는 어느덧 2년 연속 7골이라는 고지에 올라섰다.

김현은 7일 기자와 통화하며 “믿기지 않는 행복한 나날”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김현의 득점 행진이 주목받는 것은 쓰라린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담겨 있어서다.

김현은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다. 큰 키(190㎝)에 빠른 발, 골 냄새를 맡는 재주를 겸비해 청소년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런 김현이 우리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공격수로 프로 무대에 자리를 잡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려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프로 무대는 쉽지 않았다. 2년 전 프로가 아닌 K3리그로 잠시 내려갔던 김현은 축구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로의 변신을 모색할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다행히 김현은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커리어 하이인 7골을 터뜨리며 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올해는 수원FC에서 생애 첫 두 자릿수 득점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한 시인의 표현과 달리 서른, 잔치가 시작된 셈이다.

옛 시절을 떠올린 김현은 “이제 조금 요령이 생겼다는 느낌”이라며 “어릴 땐 공격수가 수비도 잘해야 한다는 지적에 수비만 너무 열심히 했다. 지금도 수비는 신경을 쓰지만, 체력 안배에 힘을 기울이니 골도 터지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게 힘이 난다.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니 내 목표도 올라가는 기분이다. 이젠 진짜 10골의 벽을 넘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분야에 상관없이 늦깎이 스타들은 겸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현도 마찬가지다. 공격수로 뒤늦게 성공 시대를 열어가고 있지만 훈련에선 다른 선수들과 달리 세트피스 수비까지 도맡는다. 그런 성실함으로 얻어낸 작은 기회가 지금의 김현을 만들었다. 김현은 “원래 키가 큰 선수는 헤딩이 밥벌이 아닌가. 어릴 때도 감각적으로 잘해내던 플레이”라며 “지금도 감독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수비수로 뛸 생각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이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김현은 “멀리 보고 목표를 잡을 때 실망했던 기억이 많다”며 “너무 큰 꿈은 갖지 않겠다. 매사 최선을 다하는 선수, 그러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그러다보면 김현이라는 선수가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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