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텃밭면적 11년새 7.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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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예순일곱살 안규순씨는 아파트숲 사잇길을 뚫고 매일 아침 15분을 걸어 밭에 간다.
성동구는 무지개텃밭에 삽·호미 등 각종 농기구를 비치하고 급수시설·원두막 등을 갖춰 농사를 지원한다.
단지 안 500㎡가량의 텃밭에서 30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농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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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예순일곱살 안규순씨는 아파트숲 사잇길을 뚫고 매일 아침 15분을 걸어 밭에 간다. 넉달 전 난생처음 시작한 농사에 요즘 푹 빠졌다. 물 주고 풀 뽑다 보면 20~30분이 훌쩍 간다. “애들 크는 것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갈 때마다 애들이 커 있거든요.” 성동구가 운영하는 무지개텃밭(5744㎡)에 분양받은 11㎡ 크기의 안씨 밭엔 들깨,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등이 자란다. 며칠 전엔 텃밭에서 오이를 따 시원한 오이미역냉국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먹었다. 그는 “가까운 곳에 밭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안씨처럼 서울에서 내 손으로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7일 서울시 통계를 보면, 2011년 29㏊(헥타르·1만㎡)이던 서울 도시농업 면적은 지난 5월 말 현재 218㏊로 7.5배가량 늘었다. 참여 인구도 4만5000여명에서 66만여명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자투리텃밭과 아파트단지 안 텃밭, 학교와 각종 공공기관에 있는 텃밭을 비롯해 옥상정원, 민간이 운영하는 주말농장 등이 도시농부들의 활동공간이다.
자치구들도 주민이 작은 농사를 하며 소출의 기쁨과 휴식을 얻을 수 있는 도심농업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성동구는 무지개텃밭에 삽·호미 등 각종 농기구를 비치하고 급수시설·원두막 등을 갖춰 농사를 지원한다. 이달 하순엔 배추 모종과 무 씨앗과 함께 퇴비를 지급해 가을 농사를 도울 계획이다. 광진구는 지난달 자양4동 주민센터 옥상텃밭에서 기른 감자 250㎏을 관내 저소득 가구와 독거노인 등과 나누기도 했다.
도심 농사는 생태적 경제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양천구가 6월 초부터 운영하는 ‘느슨한 가드닝’엔 치매환자 보호자 25명이 참여해 신월7동에 있는 도시농업공원에서 농사를 짓는다. 다들 치매환자의 배우자나 자식들로, 계속되는 돌봄노동에 지친 이들이 많다. 직접 땅을 일구고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풀을 뽑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대화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이한아 사무처장은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심은 뒤엔 매주 잡초와의 전쟁이지만 다들 텃밭에 오면 좋아한다”며 “치매환자로부터 떨어져 독립적인 시간을 가지며 흙을 만지고 꽃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위안이 되고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말했다.
종로구가 지난 5월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한 무악현대아파트 사례는 농사를 매개로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한 경우다. 단지 안 500㎡가량의 텃밭에서 30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농사를 짓는다. 음식물 쓰레기로 농사용 퇴비를 만들기 시작한 뒤엔 갖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10분의 1로 줄었다. 경작 뒤 남는 농산물은 종로구청을 거쳐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뱅크로 보내거나 작은 봉지에 싸서 단지 안 엘리베이터에 내놓으면 필요한 이들이 가져간다. 지난해 초겨울엔 각자 가져가고 남은 배추 200포기로 김장을 한 뒤 주민센터 도움을 받아 임대아파트 주민들과 나누기도 했다.
텃밭 농사를 주도하는 혜윰뜰도시농업공동체의 채동균(50) 대표는 “농사 과정에서 병충해 등을 이겨내고 서로 대화를 하며 만족감을 얻고 치유를 얻는 분이 많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주민자치활동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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