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라면 대만 폭격"..중국 당국 성토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
누리꾼들 "행동 너무 약했다"
섣부른 긴장 조장 부메랑으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 군, 언론 당국이 연일 쏟아낸 거친 발언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 당국의 대응이 예고했던 것에 비해 수위가 너무 약했다며 성토하는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언급하며 “그의 말은 그저 보통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기껏 물고기를 폭격하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인가” “푸틴이라면 당장 대만을 폭격했을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비판 댓글이 많아지자 군사훈련 소식을 공유하는 위챗 댓글난이 닫히기도 했다.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의 웨이보 계정도 비난 댓글 일색이다. 한 누리꾼은 “내가 당신이라면 대만 통일의 날까지 한마디도 못하고 숨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면을 잃었다” “위대한 민족이라니, 퍽이나”와 같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누리꾼들의 공격적 분위기는 중국 당국이 조장한 측면이 크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관심 있는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1일 자오 대변인의 “중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발언이 소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군 당국이 “전투태세”를 강조하며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은 조회수 수천만회를 기록했으며, 22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지닌 후 전 편집장의 발언은 누리꾼들의 들끓는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중국 당국이 동원하는 민족주의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1989년 톈안먼 사건이 사상교육의 실패 때문이라 해석하고 애국주의 교육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10년대 들어 디지털 미디어에 능숙하고 외국에 대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열렬한 애국주의 성향 청년인 ‘샤오펀훙(小粉紅)’이 출현했다. 시진핑 정권은 “애국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외국 기업 불매운동 등 샤오펀훙의 행동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샤오펀훙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보가 정권에 부담이 될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군사·기후변화·범죄 및 마약 퇴치 등 8개항의 대화·협력 단절을 선언하면서 양국 간 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드레일’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미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최저점에 있었다고 말해왔지만 현재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콜린 코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양국 간 대화 부재는 분쟁 확대 위험이 높아지고 완화 여지가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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