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폐지 방침도 "재검토"..우왕좌왕 교육부, 장관은 두문불출

박순애 부총리, 국회 교육위 빼면 12일까지 외부 일정 없어
지난달 업무보고 이후 반발 직면..외고교장협 "즉각 사퇴"

교육부가 외국어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교육부 수장은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민감한 교육정책을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교육부는 논란 이후 ‘말 바꾸기’와 ‘입 닫기’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을 제외하면 12일까지 공식 외부 일정이 전무하다. 7개 외부 일정을 잡아뒀던 7월 말의 행적과 대조를 보인다. 박 부총리는 지난 4일 기자단을 상대로 한 브리핑 이후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급하게 빠져나간 이후부터 예정된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열릴 비상경제장관회의에도 장상윤 차관이 참석하는 등 대외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 교육위 출석이 예정돼 있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리의 ‘잠적’이 이어지는 배경엔 급조된 정책 발표 이후 역풍을 맞아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를 되풀이한 데서 느낀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나 반발에 직면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뒤늦게 “외국어고의 경우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 등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 부총리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안과 외고 폐지 검토 등을 같은 날 발표했다. 두 사안 모두 내용이 예고 없이 부상하면서 거센 논란을 유발했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지난 1일 낸 입장문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외고 폐지 검토’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도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교육당국이 여론의 질타를 맞고 입장을 번복하며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교육 수장은 사태 수습 대신 국회 출석 일정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발표한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에 국회에서 부총리 개인의 과거 행적을 변명할 준비만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