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읽기 끝낸 이준석, 결국 '가처분 신청' 간다
투쟁으로 자기 세력 구축 포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9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공식화하는 것에 맞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전국위에서 비대위 출범이 결정되면 가능한 한 빨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기자회견은 8월13일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러한 결정 배경에는 가처분 신청 시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천하람 당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가장 높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 기관인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게) 부여한 권한을 전국위나 의원총회에서 박탈할 수 없다”며 “절차적인 면에서도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퇴하고, 의결할 때는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참여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법원이 정당 내부 문제에 대한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에 대비해 의사결정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어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고 복귀를 기약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에 나서는 것은 현재로서 다른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 이후에도 당원 만남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비대위에 이어 새 지도부가 출범하게 되면 이 대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기 총선 출마와 이후 더 큰 행보를 구상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 사법 투쟁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향후 ‘비윤·반윤’ 주자로서 토대를 구축하는 의미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NS에 “강제 불명예 축출에 순순히 따라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고 썼다.
이 대표가 사법 투쟁을 계기로 자기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 당대표직까지 올랐지만 ‘이준석계’라고 할 만한 세력은 아직 없다. 이는 이 대표가 축출 과정에서 다소 무기력하게 물러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날까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모임에는 50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바세는 8일 당원 토론회를 개최하고, 10일쯤 당원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통화에서 “더 세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여론이 뜨겁다”고 말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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