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병원 화재서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사자 지정해야" 목소리

박양수 2022. 8. 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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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소방관 진입 당시 환자 대피시키느라 분주
"대피 시간 충분했는데도, 투석 환자 조처한 듯"
경찰, 병원 내부 CCTV 분석 중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학산빌딩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학산빌딩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이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 이천의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다 숨진 현은경(50)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오전 10시 17분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고, 33명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던 투석 전문병원 열린의원으로 진입했다. 3층의 스크린골프장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4층으로 올라가 대규모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대원들의 병원 진입 당시 병원 의료진들은 고령의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걸을 수 있는 이들은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보내고, 일부는 옥상으로 대피시킨 뒤 구조를 요청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 간호사들은 환자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의 관을 가위로 자른 뒤, 이들을 밖으로 빼내느라 눈코 뜰 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을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온 한 의료진은 "3층에서 연기가 올라왔는데, 특정 공간에만 연기가 차오른 게 아니라 전체에 다 차올라왔고, 곧 앞이 보이지를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현씨와 관련해 "환자들을 빼내고 나서 한참 있다가 누가 나왔는지 못 나왔는지를 살펴보다 보니 (현 간호사가) 없었다. 그는 정말로 성실한 간호사였다"고 말했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소방대원 진입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 옆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며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석 환자를 위한 조처를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CCTV 녹화 영상을 확보해 화재 당시 병원 내부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화재로 인한 연기 확산 경로와 사망자 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당시 병원 안에 있던 의료진 13명을 대상으로 화재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간호사 등 의료진도 대부분 환자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쳐 현재 치료 중이거나 안정이 필요한 상태다.

화재 당시 병원 내 의료진들이 환자 대피와 구조를 위해 헌신했다는 진술과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숨진 현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통해 의사상자를 결정하는데, 그에 앞서 엄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화재 당시의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분석, 구조된 환자들의 진술 청취 등을 통해 현씨를 비롯한 의료진의 구호 활동을 확인한 후 의사상자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경우인 지난 2018년 1월 밀양세종병원 화재 당시 환자들을 대피시키다 끝내 숨진 의료진이 의사자로 인정된 바 있다. 간호사였던 김점자(당시 49세) 씨와 간호조무사였던 김라희(당시 36세) 씨는 당시 1층 응급실 내부의 탕비실 천장 전기배선 발화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아채고 즉각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 4명을 1층으로 빨리 대피시키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했지만,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내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을 거뒀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고인은 이천병원 화재 당시 투석환자들의 대피를 위해 각별한 헌신을 보여주셨고,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희생을 하셨다"며 "의사자 지정을 통한 국가적 예우는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고인의 의사자 지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켰던 현 간호사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의사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현은경 간호사의 의사자 지정은 당연하다", "환자의 목숨을 살리겠다고 제 목숨을 던진 현은경 간호사의 명복을 빈다"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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