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빼면 상인들 돕는 정책 뭐 있다고"

김태희 기자 2022. 8. 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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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은 시민이 지난 5일 물건을 사기 위해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남시, 지역화폐 도입 16년
“손님 30% 상품권 쓰는데…”
예산 삭감에 전통시장 불안
시 “혜택·물량 유지 계획”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풀려고 하던데 지역화폐까지 줄인다니, 상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지역화폐 혜택’이 축소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성남시는 2006년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경기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은 성남시가 처음이었다.

성남시는 이후 2016년 지역화폐로 청년배당을 실시하고 2019년 전국 최초로 지류와 카드, 모바일 3가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지역화폐 활성화에 앞장섰다. 제도 시행 16년이 지난 현재 성남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상품권 가입자 수는 47만여명이다. 성남시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50만여명으로, 성남시는 경제활동을 하는 성남시민의 90% 이상이 성남사랑상품권을 이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복 모란가축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상품권을 가지고 오는 손님이 늘었다”면서 “평상시보다 상품권을 쓰는 소비자가 10% 정도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성남사랑상품권 때문에 오는 손님들 아니겠느냐. 성남사랑상품권은 (상인들의) 정치 성향을 떠나 모두 잘했다고 칭찬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2186억원이던 경기도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도 올해 1060억원으로 줄었다. 부산 등 타 지자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전국 지역화폐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 지원한 부분에 관해 학계 등 전문가의 많은 지적이 있어 예산편성 과정의 원점에서 실효성 등을 점검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줄이고 대폭 삭감을 예고한 것에 상인들은 큰 불만을 드러냈다.

모란시장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역화폐 말고 전통시장 상인들 도와주는 정책이 무엇이냐”면서 “확대는 못해줄망정 축소를 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점수 모란민속5일장 상인회장은 “시장 손님들의 30% 정도는 성남사랑상품권을 쓴다”면서 “마트 관련 규제는 대대적으로 풀어준다고 하는데 지역화폐는 줄인다고 하니 우리 같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했다.

성남시는 성남사랑상품권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당장 혜택을 축소하거나 발행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기조와는 별개로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는 정부 예산 축소와는 별개로 성남사랑상품권을 작년 수준으로 발행할 예정”이라면서 “지난해 3000억원 규모로 발행했고 올해도 같은 수준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물가 상승으로 성남사랑상품권을 찾는 사람이 많아 기존 발행된 것이 평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소진됐다”면서 “추경을 통해 8월 말부터 다시 발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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